밀크 앤 허니 -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
루피 카우르 지음, 황소연 옮김 / 천문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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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앤 허니 '' 형식을 빌린 카우르의 자서전 내지는 고백록 쯤 되는 책입니다
작가인 카우르가 겪은 순단치 않았던 '여자의 삶'을 아주 담대하게 고백하고 있어요.

자가출판으로 소소하게 출발한 이 책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여러 나라의 베스트셀러가 된 만큼 밀크 앤 허니는 순전히 글의 힘으로 살아 남은 책이었어요. 시인 카우르의 무기는 다름 아닌 당당함과 솔직함이에요.

살짝 귀뜸해 드리자면 솔직함이 주는 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장담하는데 얼마나 솔직한지 아마 모-두 놀라실 거에요.

 

 

 
작가 이야기 중 이 시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우르는 자신의 생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고 인스타그램은 이 사진을 삭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카우르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자 인스타그램은 결국 1주일 후 사진을 다시 게재하고 사과했다고 해요.

여성성이 상품화된 사진들, 성적인 사진들은 버젓이 게시되면서 생리 사진은 삭제 되는 세상. 인스타그램은 이 사진을 받아들이는데 일주일이 걸렸지만 우린... 이 사진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요? 

 

 

 

 

 

보통 내기가 아니구나 싶었던 이 책의 작가는 겨우 스물 하나. 세상에 스물 하고 하나라니. 책을 읽고 사실 좀 더 나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녀의 나이에 한번 놀랐고, 그녀의 삶이 다시 되새김질 되면서 또 한번 놀랐어요.

우리나라보다 성적으로 더 개방적인 외국이란걸 감안하더라도.. 그녀는 도대체 섹스를 몇 살에 처음 했길래 이리 성에 밝은건지. 노티나게 조금 뜨악.
시인으로 타고 난 예민한 감각인걸로 ;)  

 

 

놀라지 마시라~  
무척 보수적인 내가 뽑은 '이 정도면 나눌 수 있겠다 싶은 레벨'의 시- ㅎㅎㅎㅎ
그녀의 그림이 더해져 더 자극적이고, 몹시 솔직해서 3초 눈감게 만드는 시도 여어~럿 있어 세대차인가 싶은 기분이 잠시 들었다지요. 흑.... 
물론 야한 시만 있지 않습니다.  

 

 

 

모든 여성의 등에는 어떤 책등도 지니지 못한 서연들이 어려 있지요.
여자들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연들-
자라나는 다음 세대이자 우리와 같은 길을 가게 될 딸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누고, 더 공론화시켜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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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선생이 아빠를 곰으로 만들었어요! 모두가 친구 20
세실리아 에우다베 지음, 하코보 뮤니츠 로페스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고래이야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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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선생이 아빠를 곰으로 만들었어요! 』

제목만 봐도, 표지만 봐도 어떤 이야기일지 감이 오지요.  새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빠는 점점 곰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손톱이 날카로워지고, 몸에 털이 돋아나기 시작해요. 사나운 곰처럼 으르렁대며 이해할 수 없는 거친 말들을 내뱉기도 해 아이는 이런 아빠가 낯설기만 합니다.

 

 

 



이 책의 화자는 '친구'입니다.
처음엔 엄마가 아닌 아빠라서, 내가 아닌 친구의 아빠라서 다행이라 느껴졌어요. 엄마라는 글자는 친근하고 다정하고 포근하고 늘 아이의 편인 채로 남아주었으면,, 내가 그렇지 못하니 글자라도 그렇게 남아주었으면 싶었습니다.

남 이야기 읽듯,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어 죄책감이 조금 덜할 줄 알았건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너무 찔린 탓일까요.
제겐 이 책이 그냥 내 이야기 같았습니다.


 

눈치 빠른 아이는 어 이거 엄마, 아빠 이야기네! 혹은 내 이야기네! 할지도 모르겠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마음이 찔려 아직 아이에게 읽어주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아무래도 이 책을 읽어주는 날은 제가 아이에게 고백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도 가끔은 사는 게 벅차고 힘들 때가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엄마도 힘들 때면 너희들처럼 울고 싶도 짜증도 내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도 있다고. But! 이 아빠곰처럼 엄마가 화내면 너희들이 너무 무서울 테니 엄만 엄마만의 방법으로 화를 풀 거니 안심하라고. 

엄마는 화를 가라앉히고 슬픔을 없애는 방법으로 소리를 지르는 대신 책을 읽고, 만들기를 하고, 청소를 하는데 효과가 좋으니 걱정말고 기다려 달라고. 물론.. 엄마가 너무너무 힘들어하면 엄마에게 엄마만의 시간을 달라고 정중히 도움도 요청해볼까 합니다. 벌써 자식에게 손벌리는게.. 좀 그런가요? ㅎㅎ

아,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건강하게 스트레스 푸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눠봐야 겠어요. 요즘 첫째가 6짤이 되시면서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하셨거든요-  

아이의 아빠는 결국 천천히 사람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완전한 사람이 되는 걸로 이야기가 끝이 나진 않습니다. 사람으로 돌아오기 위해 큰 희생도 치러야 했어요.


 


아이는 어른을 특히 부모를 그대로 닮아가게 된다는 점, 너무 순수해 어른에게 쉽게 물든다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알면서.... 알고 있으면서도 참... 어렵네요. 아이의 성장은 피할 수 없지만 어쩐지 철은 조금 늦되도 좋겠다 싶은데... 아이를 철들게 만드는 게 바로 부모들이 아닐까 싶네요. 그죠?..  

아이와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길 나누기 위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주말에 스트레스 뿜뿜할 일이 있는데..(제가요) 잘된걸까요? ㅎㅎ
모쪼록 건승을 빌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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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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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마피아에게 쫓기는 신세의 라반(남편)과 골동품 밀수 혐의로 네팔에 구류 중인 아들 그리고 수도승(?)과 어떤 사연인지 도주 중인 딸을 가족으로 둔 수잔은 서른 명이 우글거리는 15㎡짜리 감방에서 살인미수로 25년형 선고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런 그녀 앞에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이가 나타난다.

 

꼬여도 너무 꼬여버린 내 인생을 누군가가 단박에 풀어준다고 한다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수잔 또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야 할 일 하나를 맡게 된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수잔 앞에서만 서게 되면 진실을 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수잔 효과' 부른다. 이 재능을 이용해 미래위원회의 회의록과 회원 명부만 구해 오면 수잔의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덴마크 사회에서 주류에 속한다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류를 탈 것,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나도 할 것, 그러면 길이 트이고 배경이 생기고 잘 나갈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서른이 될 때까지 학업과 취업을 마치고, 마흔이 될 때까지 남편, 아이들, 집을 마련하고, 술 마시는 양을 적당히 조절하고,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잘 버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그녀는 마그레테에게 접근해 결국 명단을 입수한다. 하지만 마그레테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과 아들이 굴착기로 찍혀(?)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신이 아주 맑아졌고 덕분에 사리를 분별하기가 쉬워졌다.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미래위원회에 대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우리에게 눈곱만큼도 관심 두지 마라, 그 누구도 우릴 통제할 수 없다. ... 아무도 끼어들 수 없다."

 

미래위원회 : 1970년대 초반~ 2015년까지 운영된 정부 자문 기구. 
초창기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주제를 정해 토론한 것이 전부였으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보고서로, 이들이 예측한 것을 표로 정리해 실제와 비교해본 결과 예측한 것들이 모두 맞아떨어져 미국의 싱크탱크보다 정확도가 월등히 높음이 증명되자 국가가 이 그룹을 관리(사실은 지배) 하려 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미래를 예측할 정도의 비상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지배될 리 없단 걸 서로 아는 상태에서 벌이는 신경전은.. 말이 필요 없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예측이 너무 어둡게 나왔어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수백 개의 위험 요소를 경제, 환경, 지리정치학, 사회, 기술, 국제적 리소스의 여섯 개 범주로 나누어보자는 게 논의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된 문제점은 다섯 개로 정리됐어요. 만성적 재정 불균형, 온실가스 분출, 끊임없는 인구 증가, 극도의 수입 불평등,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게 될 자원 부족. ..."

 

 

마지막 모임이 아니어도 위원회는 끊임없이 국가에 닥칠 위기를 예측, 경고했으나 국가는 이익에 정신이 팔려 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했다. 급기야 국가가 종말의 위기에 처할 경우에 대비해 '살' 길 그러니까 엘리트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게 전부였다. 엘리트란 집단이 내놓는 방책은 고작 그게 전부였다. 문제를 풀어볼 시도는커녕 피할 길만 모색하는.. 이런 걸 엘리트라 부르는 거였구나.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주방이란 모름지기 자기장(인덕션)이 아닌 불꽃이 활활 타야 하는 곳인 것처럼 문제는 풀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고 답이 있기 마련이다.  『수잔 이펙트』에 수잔이 필요하고 기자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진실을 외치는 이와 듣는 우리 모두가 필요하다. 엘리트들에게 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엘리트도 결국 우리에게 기생하는 존재 같아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다면.. 거짓말같이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수잔 효과'를 믿어 보시길-

 

+
애초엔 작품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길어져 조금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유럽 소설에 특히 취약한 저인지라 덴마크 소설이란 말에 지레 겁먹고, 전문가용 느낌의 표지 포스에 또 한번 밀려 꼬박 한 달을 내내 끌어앉고 있었다지요. ㅎㅎ 다행히도 한글로 잘~ 쓰여 있어 읽긴 잘 읽었습니다만, 유럽 소설은 원래 다 이리 좀 시크한 느낌인지? 궁금해요.  

주류에 속하고 싶었던 수잔의 모성 또한 그저 남들이 갖고 있기에 자신도 하나쯤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게 캐릭터와 작가 특유의 문체인 건지 유럽 소설의 특징인지 호기심이 생기네요. 유럽 소설은 딱 두 권 읽어봤는데 두 권 모두 개성이 또렷한 게 미국과도 우리나라와도 무척 다른 류의 소설같이 느껴졌어요.
답을 얻으려면 유럽 소설을 더 읽어야 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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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 - 석학 35인이 한국 부모를 위해 쓴 자녀교육서
마셜 골드스미스 외 지음, 허병민 엮음, 박준형 옮김 / 북클라우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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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난관에 부딪칠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늘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 노력하지만 "엄마도 잘 모르겠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 물론 답을 해도 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그럴 땐 "내가 만약 이 분야의 전문가라면 아이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넘어 대화를 더 깊이 있게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는 게 없네."싶어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읽어봤습니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저자가 콜라보 한 석학들은 제 기억으론 모두 미국인이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각 분야의 최고가 되신 분들이세요.

아시다시피 미국과 한국은 교육방식이 다릅니다.
5 + 3 = ○
□ + △ = 8
두 가지 등식 중 어떤 것이 한국식이고 어떤 것이 미국식인지 흘깃 봐도 아시겠지요? 

전자가 한국이 지향해온 교육방식이고 후자는 교육 선진국이 지향해 온 교육방식이에요. 석학들의 교육 방식도 위 등식과 비슷했어요. 답을 찾아가기보단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길을 제시해 주는 게 공통된 교육방식이었어요. 

아이와 토론을 즐겨 하는 석학들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건 SWITCH, 바로 관점 바꾸기였어요.
토론 주제를 정하고 각자 입장을 정하는데, 부모는 일부러 단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해서 약간 고집을 부리며 토론을 이어나간다고 해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어른들도 사실 고역일 때가 많잖아요?

꾸준한 토론을 통해 어려서부터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내가 상대방에게 설득당할 수도 있단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아이의 탄력적인 사고와 사회성은 정말 엄청난 잠재력이 되어줄 거예요. 그죠~?      

저희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요즘 하브루타라는 토론하는 수업을 시작했어요. 교재가 있어서 아이랑 토론을 주기적으로 해보고 싶은데..  동생 생긴 뒤로 제가 찬밥 신세 된지 오래라.. 긴 대화조차도 쉽지 않네요. ㅎ

뜬구름 같은 조언이 아닌 실천 가능한 수준의 실 사례 위주, 석학들이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키웠는지, 지식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엿볼 수 있어 아주 좋았어요★
특히, 아이랑 뉴스 볼 때 이야길 많이 나누다 보니 법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게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법률전문가가 어떻게 자녀에게 법을 가르치는지(토론 수업) 보니 저도 이참에 좀 더 작심하고 아이와 나눌 거리를 좀 준비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신호등 작동법을 설명했다는 이야기(혹은 자랑?)를 보니 역시 지식인이든 전문가든 부모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구나(ㅋㅋ) 싶어 의외로 친근감 느껴지는 책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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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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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책이라기 보단 '글'이란 느낌이 강렬하게 와 닿았다. 
신경림 시인만으로도 충분한데 
시인이 모은 산문의 주인들 중 낯선 이름이 없을 정도이다.
이름 석자 만으로도 믿음을 주고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들의 산문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책에 담긴 글에 비하자면 발등에도 못미치겠지만 내가 읽은 글에 글로 회신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게 죽음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든 생과 사는 공평하게 주어졌고 피할 길이 없으니까. 나보단 가족,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늘 더 신경쓰였고 지금도 닥쳐올 상처가 두렵다.

이해인 수녀의 글을 읽고
정말 오랫만에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신발'이다.
 
'까만 구두엔 이승을 걸어 나간 발의 그림자'

내가 떠나고 난 뒤,
내 신에는 어떤 흔적이 남게 될까.
고단하게 살다 주인을 잃자 그제야 쉼이 허락된 지친 신보단
경쾌하고 밝은 발걸음을 함께 했던 신이 내 삶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할 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가
문득
남편의 신이 떠올라 왈칵 목이 메였다.
남편의 치열하고 고단했을 오늘과 저녁 밥상이 오버랩되며 미안했고 후회했다.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이미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그런 존재라니 사랑을 더 표현해야겠다.
사랑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난 늘 행동이 부족하다. 
조금 더 수다스럽고 헤프게 인정을 나눠야겠다.
내 삶에 주어진 인정(人情)을 사람(人)일 때 누런 연탄재가 될 때까지, 바닥까지 박-박 긁어 모두 소진해 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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