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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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마피아에게 쫓기는 신세의 라반(남편)과 골동품 밀수 혐의로 네팔에 구류 중인 아들 그리고 수도승(?)과 어떤 사연인지 도주 중인 딸을 가족으로 둔 수잔은 서른 명이 우글거리는 15㎡짜리 감방에서 살인미수로 25년형 선고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런 그녀 앞에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이가 나타난다.

 

꼬여도 너무 꼬여버린 내 인생을 누군가가 단박에 풀어준다고 한다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수잔 또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야 할 일 하나를 맡게 된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수잔 앞에서만 서게 되면 진실을 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수잔 효과' 부른다. 이 재능을 이용해 미래위원회의 회의록과 회원 명부만 구해 오면 수잔의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덴마크 사회에서 주류에 속한다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류를 탈 것,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나도 할 것, 그러면 길이 트이고 배경이 생기고 잘 나갈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서른이 될 때까지 학업과 취업을 마치고, 마흔이 될 때까지 남편, 아이들, 집을 마련하고, 술 마시는 양을 적당히 조절하고,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잘 버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그녀는 마그레테에게 접근해 결국 명단을 입수한다. 하지만 마그레테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과 아들이 굴착기로 찍혀(?)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신이 아주 맑아졌고 덕분에 사리를 분별하기가 쉬워졌다.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미래위원회에 대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우리에게 눈곱만큼도 관심 두지 마라, 그 누구도 우릴 통제할 수 없다. ... 아무도 끼어들 수 없다."

 

미래위원회 : 1970년대 초반~ 2015년까지 운영된 정부 자문 기구. 
초창기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주제를 정해 토론한 것이 전부였으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보고서로, 이들이 예측한 것을 표로 정리해 실제와 비교해본 결과 예측한 것들이 모두 맞아떨어져 미국의 싱크탱크보다 정확도가 월등히 높음이 증명되자 국가가 이 그룹을 관리(사실은 지배) 하려 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미래를 예측할 정도의 비상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지배될 리 없단 걸 서로 아는 상태에서 벌이는 신경전은.. 말이 필요 없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예측이 너무 어둡게 나왔어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수백 개의 위험 요소를 경제, 환경, 지리정치학, 사회, 기술, 국제적 리소스의 여섯 개 범주로 나누어보자는 게 논의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된 문제점은 다섯 개로 정리됐어요. 만성적 재정 불균형, 온실가스 분출, 끊임없는 인구 증가, 극도의 수입 불평등,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게 될 자원 부족. ..."

 

 

마지막 모임이 아니어도 위원회는 끊임없이 국가에 닥칠 위기를 예측, 경고했으나 국가는 이익에 정신이 팔려 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했다. 급기야 국가가 종말의 위기에 처할 경우에 대비해 '살' 길 그러니까 엘리트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게 전부였다. 엘리트란 집단이 내놓는 방책은 고작 그게 전부였다. 문제를 풀어볼 시도는커녕 피할 길만 모색하는.. 이런 걸 엘리트라 부르는 거였구나.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주방이란 모름지기 자기장(인덕션)이 아닌 불꽃이 활활 타야 하는 곳인 것처럼 문제는 풀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고 답이 있기 마련이다.  『수잔 이펙트』에 수잔이 필요하고 기자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진실을 외치는 이와 듣는 우리 모두가 필요하다. 엘리트들에게 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엘리트도 결국 우리에게 기생하는 존재 같아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다면.. 거짓말같이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수잔 효과'를 믿어 보시길-

 

+
애초엔 작품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길어져 조금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유럽 소설에 특히 취약한 저인지라 덴마크 소설이란 말에 지레 겁먹고, 전문가용 느낌의 표지 포스에 또 한번 밀려 꼬박 한 달을 내내 끌어앉고 있었다지요. ㅎㅎ 다행히도 한글로 잘~ 쓰여 있어 읽긴 잘 읽었습니다만, 유럽 소설은 원래 다 이리 좀 시크한 느낌인지? 궁금해요.  

주류에 속하고 싶었던 수잔의 모성 또한 그저 남들이 갖고 있기에 자신도 하나쯤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게 캐릭터와 작가 특유의 문체인 건지 유럽 소설의 특징인지 호기심이 생기네요. 유럽 소설은 딱 두 권 읽어봤는데 두 권 모두 개성이 또렷한 게 미국과도 우리나라와도 무척 다른 류의 소설같이 느껴졌어요.
답을 얻으려면 유럽 소설을 더 읽어야 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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