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묘사가 압권

800만 가지 죽는 방법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이 소설을 집필한 로렌스 블록은 미국 추리 작가 협회의 그랜드 마스터이며 에드거 상 4회, 셰이머스 상 4회, 일본 말타의 매 상 2회 수상 기록을 지니고 있는 등 미국 추리 문화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 작가가 내놓은 소설은 우선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란 제목만 놓고 보면 여러가지 죽는 방법이 소개되나 다양한 살인이 등장하나라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내용은 제목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전개가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매튜 스커더는 전직 뉴욕 경찰이었는데 임무 수행 중 어린 소녀를 총으로 쏘아죽이게 되면서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죄책감으로 시달리면서 술로 쪄든 인생의 길을 겪게 되고 결국 직업과 아내를 잃게 됩니다. 왠지 여러 영화에서 등장하는 설정이죠.
그 매튜 스커더가 전직 경찰일을 살려 무면허 탐정일을 하고 있는데 아는 여자 소개로 맡게 된 한 매춘부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부탁은 다름아닌 포주에게 자기를 놓아달라고 말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고, 매튜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그 포주를 찾아내 매춘부의 말을 전하는데 그 포주는 순순히 들어줍니다. 매춘부의 의뢰를 성공시키면서 이야기가 싱겁게 끌날 것같은데 그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매춘부가 잔인한 죽음을 맞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이 됩니다. 매튜 스커더가 그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게 이 소설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제목만으론 이 소설의 내용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이 소설은 뉴욕 시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무면허 알코올 중독자 매튜와 매춘부, 그 바닥 이야기를 다룬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제목은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니 말이죠. 물론 본문에 이 제목이 나오기는 합니다. 뉴욕에는 800만가지 죽음이 있다고 말이죠.

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 반전이 나온다든지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추리를 할만한 내용이 많다기보다는 냉혹한 매춘부 살인사건을 비정하게 묘사해낸 묘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제대로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면 이 소설이 딱 적합한 추리소설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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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를 따라잡을 순 없지만.

소설 명탐정 코난 1 - 코슈 매장금 전설, J Novel
타니 유타카 지음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추리만화의 원로가 되어버린 명탐정 코난의 소설판이 출간되었습니다. 국내 <명탐정 코난> 70권 출간이 임박해온 시점, 그리고 심지어 어시스트들의 작품도 지속적으로 출간되어올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이어 소설까지도 첫 문을 엽니다. 과연 국내 첫 출간된 소설1탄은 어떨까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작 만화의 외전격인 소설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만화 한 페이지가 삽입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가 그린 게 아닌 티가 팍팍 날 정도로 퀄리티는 원작 만화보다 낮습니다. 특별편처럼 어시스트들이 그렸나봅니다. 사실 소설이기 때문에 만화 퀄리티보단 내용에 더 중점을 두어야겠죠.

 하지만 그 내용도 원작 만화에 비해선 퀄리티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우선 소년탐정단이 캠핑을 와서 보물 찾기에 휘말린다는 시놉시스는 원작 만화에서도 나온 것이기도 하며, 내용 상 동굴에서의 미로 찾기나 친구를 유괴한 범인을 뒤쫓아간다는 이야기 등등 세세한 설정 또한 그리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이미 원작 만화에서 본 듯한 이야기들을 짜집기한 느낌이 들 정도이죠. 그렇다고 내용이 엉망이거나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작 만화가 워낙 퀄리티가 우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사실 문제는 그림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하는 만화와는 달리 글로 움직임과 사건을 묘사해야하는 소설이지만, 정작 소설의 묘사나 필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같은 고전 추리소설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현대 추리소설에 비해서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게 많습니다. 따로 추리소설이라고 떼어놓고 보기보단 원작 만화에 이은 만화 특별판같은 소설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짧은 문장으로만 구성을 해놓은 데다가 행동이나 심리 묘사도 부족하고 표현력도 진짜 추리소설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소설가가 쓴 소설보다는 코난팬이 쓴 팬픽같아요. 사실 이 소설이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결국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코난 팬이라면 만화에 이어 소설로 읽는 재미는 쏠쏠할 겁니다. 게다가 한정판으로 책받침이 부록으로 딸려오니까 말입니다. 결국 코난팬을 대상으로한 소설이라, 퀄리티는 진짜 추리소설에 비해선 떨어지지만 구입을 하지 않을 순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