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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사람은 싸울 거리를 찾아다닌다는 옛말이 있다.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뭔가 심통거리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처가 있으면 누가 스치기만 해도, 아니 스친다는 생각만해도 아프듯이 마음이 약해지면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그 결과 인사나 편지, 말투, 질문 등이 빌미가 되어 싸움이 일어난다. 아픈 부위가 어디든 환부를 만지면 비명이 나오게 마련이다.
(p.183) 화에 대한 최고의 치유책은 유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처음에 끓어오르던 기세는 누그러지고 마음을 뒤덮었던 어둠은걷히거나 최소한 더 짙어지지 않게 된다. 하루 아니, 한 시간도안 되어 너를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게 만든 것들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고 어떤 것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설사 화를 유예시킴으로써 네가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것은 이제 화의 모양새가 아니라 심판의 형태를 취할 수있게 된다. 네가 어떤 일의 성격을 알고자 할 때는 언제나 그일에 시간을 주어라.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는 아무것도 정확히판단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