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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소설
장 미셸 코엔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있어 평생 숙제처럼 안고 가야 할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공부와 다이어트다.
평생공부라는 말은 원래부터 있었으니 죽을 때까지 뭔가를 습득하고 무지를 깨닫는 과정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겠지만 다이어트는 솔직히 무슨 족쇄처럼 거부감이 든다.
그렇기에 나의 눈에 번쩍 뜨인 빨간 표지의 묵직한 책과 인연을 맺었다.
이름하여 <다이어트 소설>.

흔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책 표지 그림도 신선했지만 작가가 유명한 프랑스 영양학자라고 하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더 한층 커졌다

이 책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은 역시 파리 클리닉을 운영하는 닥터 마튜 소랭이다.
그가 이끄는 병원에 환자들이 하나 둘 찾아와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들 스스로가 치유되어가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을 소개 하자면,
제일 먼저, 앞에서 말한 닥터 마튜 소랭.

그는 참 따뜻한 의사다.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째고 짜고 피보는 일이 없어서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환자의 마음에 먼저 귀 기울일 줄 아는 의사다.

환자가 자신의 몸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겸손한 의사.
그의 클리닉에는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보듯이 많은 환자가 찾아든다.
그럼 이제 그의 첫 번째 환자를 만나볼까?

사라 피요. 169cm의 키에 39kg인 아노렉시아 환자(거식증 혹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어린 시절 부모의 애정결핍으로 인한 외로움과 정신적 공황으로 점점 음식을 거부하게 된 여인. 그녀에게는 먹는 다는 지극히 평범한 습관이 죽는 것만큼 이나 힘이 든다. (내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 몇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파리 클리닉에서 만난 남자 간호사 루치오와 사랑에 빠진 후 점점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구나를 다시 한번 알려준 아름다운 커플.

그 다음은 에밀리 베베르. 얼굴도 몸매도 환상적인 치대생. 게다가 아빠는 의사, 엄마는 판사로 집안도 좋은 그녀는…왠걸?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려 힘들어 한다. 어느 날 엄마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배신감에 치를 떨며 집을 나와 타락한 비행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으로 클릭닉을 찾아간다.

다음 소개자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랄프 파렐(63세)
권력의 무상함과 매스미디어의 위력을 한 눈에 보여준 인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언론으로 망하고 언론으로 흥한자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도 있겠다. 10년이 넘게 그 유명한 파리 패션계의 거부로 이름을 날리지만 하루 아침에 못된 투자자로부터 모든 걸 빼앗기고 한 물 간 퇴물로 전락해버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입원한 클리닉에서 살도 빼고, 다시 멋지게 재기하는 걸 목표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인물.
인생은 60부터라는 걸 증명해 준 멋진 아저씨다.

상상만 해도 웬지 풍채가 그려지는 마담 밴시몽. 넉달 중 두 달은 입원을 반복하는 클리닉의 단골손님으로 165cm에 약 100kg의 몸무게를 소유(?). 성격은 어찌나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은지 병원 구석구석 참견을 안 하는 곳이 없는 유쾌한 성격을 가졌는데, 빵만 바라봐도 살이 찐다는 그녀의 억측에 은근히 동의하게 된다. 나 역시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항변하는 사람 중 하나이니까.

마지막으로 중세의 귀족 가문에서 툭 튀어나온 고풍스런 귀부인 델핀 드 뤼질. 50이 넘은 나이에도 귀족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로 주위를 압도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멋진 남편과 아들을 두었지만 언젠가부터 잘못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 갇혀 남과 소통하기를 거부하고 살아온 불쌍한 여인.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그 동안의 오해를 풀고 잃고 있었던 사랑에 다시 눈을 뜬다.

…이렇게 보니 정말 개성 있고 독특한 인물들이 많았구나 싶다.
그 동안 다큐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서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항상 결론은 심리적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역시 정신적인 충격이나 애정결핍, 인간관계에서의 상처 등 다양한 이유가 원인이 되어 육체적인 아픔이 나타난 케이스들이니까.
단순한 스트레스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골이 깊고 어둡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어려운 듯 하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역시 사람에게서 치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상처의 원인이 연인들의 사랑이던지, 부모와의 애정이던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던지 사랑의 유형은 상관이 없다. 사랑의 근원은 모두 나와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사실이 있을 뿐이지.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이 있듯이 우리 모두는 사랑하고 사랑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데 그걸 너무나 어려워들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비록 내가 원하는 다이어트 비결을 찾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여전히 다이어트에 고민하고, 사랑에 아파하며,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할 줄 아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하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다.
언제까지고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혼자서 밑줄 긋기

사람들은 어떤 문제 때문에 과체중이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죄책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자신의 몸에 대한 거부, 타인들의 시신에 대한 두려움 등 그들을 괴롭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는 다루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지방’이라는 것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마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외과수술 후의 자국을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며, 깊이 난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특히 마음 깊은 곳에 남아 결코 아물지 않는 그런 깊은 상처 자국 말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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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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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으로 아름답다.
책을 읽고 난 후 재미있네, 없네 혹은 지루하네의 느낌이 아닌 아름답다고 느낀 책은 나에게 그리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한 아름 선사받았다.
마치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흔들의자를 삐걱대며 읽은 깨끗하고 달콤한 느낌이랄까?

달콤한 호두과자는 마로라는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주된 줄거리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마로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호두과자를 함께 만들며 생활하는데 14살 마로는 호두나무를 감찰하거나 반죽하는 일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긴 14살이면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데 정신이 팔릴 나이이니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서 마로가 좀 더 일찍 생에 눈을 뜨고 성숙해진 걸까?

14살의 마로는 카망베르 호두과자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가고, 15살의 마로는 너무도 원했던 산악자전거를 선물 받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다. 16살의 더 성장한 마로는 예쁜 소녀를 위한 장미시럽 호두과자를 통해 아련하고 아픈 첫 사랑을 경험하기도 하고...
이렇듯 호두과자는 마로에게 있어 성장통을 완결하는 하나의 개체로 보여진다.
인생의 문 앞에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관문들을 하나씩 통과한 후 마지막에는 새로운 호두과자를 굽고 그 인생의 맛을 곱씹으며 그렇게 마로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이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지겠지만 때가 되면 대지가 다시 꽃잎을 내어 주겠지요.”
“그대와 나 사이에는 마거리트의 꽃잎보다 얇은 장막이 있을 뿐이라오.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통은 선택이고 시간은 기회인걸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던 마로는 마침내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 부분에서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자제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던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조금씩 가슴이 저려오는 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마로의 호두과자를 너무도 맛있게 음미했던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로가 엄마를 떠나보내며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디어맘’이라는 이름의 호두과자가 얼마나 예쁜 맛을 가졌을지 알 것 같다.
아아~ 사랑스러운 마로.

이제 마로는 혼자 남겨졌다.
그렇지만 마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마로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선물해준 진짜 ‘달콤한 호두과자’가 마음속에 깊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로의 가슴속에서 항상 존재하는 그 ‘사랑’이라는 맛을 듬뿍 가지고 마로는 앞으로도 더욱 달콤하고 향기로운 호두과자를 만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힘내 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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