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참으로 아름답다.
책을 읽고 난 후 재미있네, 없네 혹은 지루하네의 느낌이 아닌 아름답다고 느낀 책은 나에게 그리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한 아름 선사받았다.
마치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흔들의자를 삐걱대며 읽은 깨끗하고 달콤한 느낌이랄까?

달콤한 호두과자는 마로라는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주된 줄거리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마로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호두과자를 함께 만들며 생활하는데 14살 마로는 호두나무를 감찰하거나 반죽하는 일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긴 14살이면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데 정신이 팔릴 나이이니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서 마로가 좀 더 일찍 생에 눈을 뜨고 성숙해진 걸까?

14살의 마로는 카망베르 호두과자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가고, 15살의 마로는 너무도 원했던 산악자전거를 선물 받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다. 16살의 더 성장한 마로는 예쁜 소녀를 위한 장미시럽 호두과자를 통해 아련하고 아픈 첫 사랑을 경험하기도 하고...
이렇듯 호두과자는 마로에게 있어 성장통을 완결하는 하나의 개체로 보여진다.
인생의 문 앞에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관문들을 하나씩 통과한 후 마지막에는 새로운 호두과자를 굽고 그 인생의 맛을 곱씹으며 그렇게 마로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이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지겠지만 때가 되면 대지가 다시 꽃잎을 내어 주겠지요.”
“그대와 나 사이에는 마거리트의 꽃잎보다 얇은 장막이 있을 뿐이라오.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통은 선택이고 시간은 기회인걸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던 마로는 마침내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 부분에서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자제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던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조금씩 가슴이 저려오는 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마로의 호두과자를 너무도 맛있게 음미했던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로가 엄마를 떠나보내며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디어맘’이라는 이름의 호두과자가 얼마나 예쁜 맛을 가졌을지 알 것 같다.
아아~ 사랑스러운 마로.

이제 마로는 혼자 남겨졌다.
그렇지만 마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마로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선물해준 진짜 ‘달콤한 호두과자’가 마음속에 깊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로의 가슴속에서 항상 존재하는 그 ‘사랑’이라는 맛을 듬뿍 가지고 마로는 앞으로도 더욱 달콤하고 향기로운 호두과자를 만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힘내 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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