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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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

나는 온몸에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마냥 혼자만의 세계에서 아파하면서도 남의 도움은 절대로 받지 않고, 하루하루를 힘겨워할때가 있었다.

누군가 옆에 다가와 손을 내밀어도 모든 가시로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상처를
주면서 세상과 단절하고 싶어하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그때 제일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일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시던 말씀이.
" 다 지나갈텐데.. 견뎌보면 별것 아니라는 걸 알텐데..
내가 이미 살면서 배운 것들을 지금 몽땅 너한테 줄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세월의 흔적이 뚜렷히 보이는 깊고 따뜻한 눈길로 말없이 바라봐 주셨던 우리엄마.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 엄마가 가슴속으로 나에게 응원하셨던 말들이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공지영 역시, 자신의 딸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과 느낌들, 위로와 용기를 그녀만의 언어로 전하려 하고 있었다.
딸을 둔 엄마로써 자식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약한 면이 있는가 하면, 그런일 별거 아니다. 인생에는 더 중요하고 힘든일이 많다며 호탕하게 위안을 하는 면도 있고, 네가 그럴 땐 나도 많이 속상하고 아프다며 어리광을 피우는 귀여운 면도 드러내면서 말이다.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에게 성급하게 손을 내밀어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넘어져도 바로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 목적지까지 골인하는 모습을 그 자리에서 끝까지 바라봐주는, 그런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위녕을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하여, 소중한 딸을 둔 세상의 엄마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딸들에게 말을 걸었고, 그 딸들은 나지막히 들려오는 엄마의 응원소리를 듣고 힘을 얻었을 것이다. 또 어떤이는 자신의 미래의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들려주겠노라고 다짐을 할 수 도 있었을 것이고.
바로 나처럼.

책 속에서 저자는 아프고 쓰렸던 지나온 삶이 어떠했는지도 거침없이 말해주고,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자신 또한 아직도 책속의 많은 인물들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고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며 그런배움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깨달음을 제공하는지 온몸으로 느끼고 느껴지길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딸아, 그리고 세상의 딸들아..
앞으로 살아갈 너희 삶이 너희가 바라고 원하던 장미빛 인생이 아닐지언정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라. 너희가 마지막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최후의 몫으로 반드시 남겨두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그렇게 나는 너의 옆에서 언제까지나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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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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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해 전 지독한 사랑의 아픔을 잊고자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낯선 풍경, 낯선 시간들을 헤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남미의 한 호텔에서
나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무덤덤한 눈빛으로 작은 화면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코끝이 알싸해짐을 느꼈고,
외로움과 허무함에 엉엉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참 이상하다.
이 책을 읽었는데 그 날의 우울했던 모습이 예고 없이 떠오르고, 뇌 속 어딘가에 쳐박혀 있는지도 몰랐던 영화 속 장면들이 생생하게 끄집어져 나온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존재함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짙은 외로움을 실컷 맛보게 해준 주인공들이 생각나서일까? 이 책의 주인공 슌페이와 교코처럼.

지구라는 별 안, 수많은 국가 중 일본, 그리고 도쿄라는 곳에서 두 남녀가 만난다.
어색한 듯 조심스럽게 다가간 인연을 계기로 그들은 다시 연애라는 걸 하게 되고,
슌페이와 교코는 서로에게 이질적인 상대방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언어’라는 일상적인 소통의 도구를 두고, ‘문자’로써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에게
서로에게 던지는 사랑의 진짜 언어는 어떤 것일까?

처음 이 책의 전반부를 읽어나갈 즈음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야기인가 싶어서 대충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았다.
장애와 비장애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아파하고, 오해하고...어차피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통속적인 새드스토리로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중반부를 지나다 보니 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갈까 싶어 점점 읽는데에 속도감이 붙었던 것 같다.
 

주인공들을 지켜보자니 오히려, 슌페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사랑을 해 본적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소통의 부재에 있었고.
교코와의 사랑이, 말로 아닌 마음으로 다가선 첫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그랬기에 사라져버린 교코를 쉽게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맨 것이고.
그러나 이미 늦은 후회라는 말처럼, 여전히 사랑이라는, 연인이라는 ‘관계’속에서만 다가가려는 슌페이는 교코에게 적지않은 상처를 주었고 교코는 평소처럼 조용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만약, 슌페이가 제대로 교코에게 ‘사랑해’라고 온 몸으로 표현했더라면, 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소통하려는 시도를 했더라면 교코는 그의 곁을 쉽게 떠날 결심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코라는 세계를 만나기 위해 조금만 덜 주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래서 사랑은 항상 어렵다.
너와 내가 다르고, 너와 나의 세계가 다르니..

그럼, 우리,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부터 익혀 나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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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 967일,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세상 사람들
김향미 외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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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여행서적이 내 가슴에 불을 지펴놓고 사라져간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전세돈을 챙겨서는 지구별 곳곳에 자리를 편 아름다운 부부의 이야기가 참으로 멋드러진다.
대출이라도 받아 집을 사두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현실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용기도 그렇고, 총소리 들리는 곳에서 평화 콘서트를 즐기는 여유가 또 그렇고, 거짓없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정을 퍼주는 모습이 미치도록 부러워 진다.

이런 글들을 대하다 보면 가슴 한 켠에 꾹꾹 숨겨놓은 여행에 대한 로망이 활활 부활을 해 며칠 간 또 잠을 못자고 인터넷 속 여행 블로그를 돌아다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소중하고 아름다웠을 순간이 그득그득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고, 음유시인 혹은 철학자가 되어 남긴 향기 나는 글들을 읽고 있으니 갈증만 더해간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여행서적은 주로 한 두 나라나 혹은 유럽대륙, 남아메리카..이런 식으로 여행지가 한정되어 있었는데 장장 1000일에 가까운 날들 속에서 47개국을 거침없이 돌아다닌 무용담은 처음 접하다 보니 그 스케일에서 눈이 휘둥그래진다.
또한 유명한 관광지는 이런 루트로 가라느니, 딴 건 몰라도 여기선 꼭 밥을 먹고, 구경을 하고 이렇게 해야 값을 깍는다느니 하는 실용적인 정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사람들 만나 이야기 하고, 밥 먹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 시간들에 의미를 두는 촌스런 낭만에 온 정신을 쏙 빼놓게 한 기특한 책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곳 저곳 박아놓은 사진들 마저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미 어렴풋이 익숙해진 엽서 속 풍경이라기 보다는 진한 커피향처럼 오랜 잔상이 가슴에 남는 그런 사람냄새 그득한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면서 그가 겪은 에피소드가 생각나 후훗! 하고 웃다가도 한 번씩 보여주는 지구 반대편의 쓸쓸하고 암울한 모습들에선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퀘타의 모든 호텔에 전화를 했다는 일본 대사관의 이야기는 잊고 싶었던 지난날 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 역시도 외국에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한 적이 있었는데 간신히 연락된 대사관에서 한 말이라고는 참….
매뉴얼대로 말했겠지만 까놓고 얘기 하면 “그래서 나보러 어쩌라고?”였다.
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외국인이 오히려 화가 나서 “정말 그렇게 얘기했어?”라고 반문하며 눈을 치켜 뜨던 모습이 쓰리게 스쳐지나 간다.

그렇게 그가 간 길을 따라 그가 만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내 지난날의 여행기도 떠오르고, 가슴 아프게 안녕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생각나게 되었다. 옛날에는 그저 흥분되고 재미있고, 바닥의 맨홀 뚜껑마저도 신기하기만 했던 여행이 지금은 호텔은 어떻고, 경비는 어떻게 줄이고, 맛있는 식당은 어디고 하는 식으로 좀 변질되어 마음이 뜨끔해 지기는 했지만.
나도 그들처럼 정이나 퍼주고 마음이나 받아오면 좋으련만…

분명 오늘 밤도 나는 인터넷 세상에 뿌려진 여행기와 사진들에 클릭질을 하겠지만 허한 마음 이렇게 라도 위로 받을 생각에 오히려 즐거워 진다. 이름 모를 그들이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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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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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 읽기를 멀리 한 적이 있었다. 방안에 그냥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고 있기엔 혈기 왕성한 내 젊음이 심하게 펄떡거렸고,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각종 영상매체에 혼을 홀딱 빼먹어 버렸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자기계발서도 눈이 가지 않았고, 어쩌다 읽게 된 책이라면 영화를 너무 감동적으로 보았기에 그 원작이 궁금해 미치게 된 경우일 정도로 활자와는 거리를 무척이나 두고 있었다.

그런데…이상하게도 인터넷, TV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한다고 나름 생각했음에도 기껏 알아듣는 건 소위 ‘트랜드’라는 류의 ‘hot’한 소식이나 단편적인 지식수준에 그쳐버리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썰을 풀면 도저히 대화가 오래 진행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얼마 안가 바로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비참한 현실 때문에. 그래도 그때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내가 관심이 별로 없는 주제라서..라는 한심한 위로로 순간을 넘겨버렸다.
그러던 차, 시간이 훌쩍 흘러 이제는 엉덩이 드는 일이 귀찮아 질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져 버리니 TV로 시간을 떼우기엔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려 부랴부랴 정신 차리고 처음 한 일이 바로 ‘책 읽기’였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몰라 무조건 베스트셀러만 읽었는데 감동은 커녕 도대체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음에 분노했고(지금이야 대형출판사의 뛰어난 마케팅 실력임을 알아차렸지만.) 이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책다운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반쯤은 뜰 수 있게 된 듯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점차 밥 먹고 물을 먹듯이 책 읽고 서평을 쓰는 일도 반복적으로 하게 되었음에도 한번씩 드는 생각은 내가 정말로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같은 내 독서법에 대한 심심치 않은 의문들 이었다.

책 읽기의 달인.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달인 인거야?라는 단순한 질문을 해결하고자 읽은 책인데 뜻하지 않은 깨달음과 생각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책 읽기라는 한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심오하게 혹은 가볍게, 정성스럽게 혹은 거칠게 한 권의 책으로 창조해 낸 저자의 내공에 가슴속으로부터 우렁찬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책을 읽어야 좋다라는 말은 흔히 들어 귀에 인이 박힐 정도이지만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라는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은 구하기 힘들었고 좋은 말로 범벅된 멋드러진 문장의 정의들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이제 내가 왜 이렇게 책 읽기에 몰두하는지에 대한 답을,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런 여정은 쭈욱 함께 해야 한다는 목표와 의무감마저 경쾌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독서라는 것에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제 것에 맞는 것을 찾도록 시도해보거나 변형할 수 있으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책읽기 역시 차곡차곡 쌓아가듯이 읽으면 읽을수록 그 지식과 배경지식이 더해져 다른 책을 읽기에 더없이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경제에만 해당하는 줄 알았던 부익부 빈익빈이 이런 곳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쌓여가는 지식에 어느 순간 놀라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와 더불어 저자가 말한 책을 통해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키운다는 부분이야 말로 책 읽기의 또 다른 가치를 한 마디로 집약해 놓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20,30대의 지식이야말로 미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지 않는가? 당연하고도 지당한 말씀이시다.

그래서 난 내일 읽을 책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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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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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을 가졌다면 생명을 가진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DNA와 함께 생명의 신비를 밝히려는 많은 노력과 업적이 유능한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되어 왔지만 결론은 과학적 증명만으로는 결코 정의 내릴 수 없는 완벽한 시스템이다.

이 책이 유난히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게 분자생물학이라는 전문영역을 다루지만 백과사전의 유명인물에 대한 서술과 업적을 다루거나 딱딱한 학문을 집요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저자 자신이 과학도이기 때문에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을 부분과 부끄러움들을 스스럼 없이 밝히면서 어두운 과학계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피어 리뷰어의 유혹에 있어서 과학도들이 가질 수 있는 위험한 유혹들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기 까지 했다. 나라면?이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나 역시 작은 유혹 앞에 스르르 무너져 버리는 소심한 인간임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중나사]라는 책과 저자에 대해 몰랐던 진실을 접했을 땐 세상에 보여지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니라는 평범하면서 어려운 진리에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이와 함께 저자는 큰 업적과 공적을 남기고 부와 명예를 쫒으며 본래의 목적을 잃은 과학자들에게 일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를 빗대 그는 ‘죽은새 증후군’을 얘기하는데 순수한 과학도로서의 뜨거운 정열을 연구에 바치며 몇 날 며칠 밤샘도 마다 않던 연구원들이 점차 기술이나 업무에 능숙해지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노련해지는 부분이 “내가 얼마나 일을 정력적으로 해내고 있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우아하게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데 바로 “죽은새 증후군”이란다. 이미 죽은 새가 되어 본래의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상태.

이렇게 본다면 죽은새가 되지 않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연구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이름모를 많은 과학자들이 진정한 영웅임을 모르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보여진 것들에만 박수를 쳐댄 나의 무지함과 편견이 참으로 부끄럽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수많은 가설과 실험을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결코 신의 영역에 침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낸 수많은 연구업적과 성과들의 위대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생명체는 또 다른 방법으로 계속 진화해 갈 것이기 때문에.
이는, 작가가 실험쥐를 통해 밝히려던 실험결과가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오히려 당연시 생각하는 겸손한 자세에서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신비스런 생명 시스템에서 인간의 오만함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나 역시 매우 즐거웠다.
과학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에세이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준 책.
모든 과학서가 이렇게 재미있게 쓰여졌다면 내 책장에도 과학도서가 한 면을 차지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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