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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엮음, 노지양 옮김, 서은국 감수 / 흐름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하루에도 수십 번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사람이다. 방금 전까지 빨간 떡볶이를 먹으면서 아~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짓다가도 유명한 회사로 이직했다는 친구의 전화 한 통화에 비참한 생각이 들게 된다. 승승장구하는 친구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그 부러움 뒤에 오는 열등감은 곧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잘 것 없고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물론 평소에도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혼사 사는 세상이 아니다보니 시시때때로 남과 비교할 수 밖에 없고 주위에는 나보다 잘나고 멋진 사람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요즘 직업상 인생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그들의 인생사를 조금이나마 듣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난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그분들이 나를 향해 자신과 같은 처지가 아니라서 참 부럽네요라고 한 마디씩 건네는 일도 다반사다.
그럼 나는 아, 나 정도의 인생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음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이렇듯 이렇게 하면 행복하고 저렇게 하면 불행하다라는 정답은 없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근원일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여겨질 수 있듯이.
오늘 읽은 <세상 모든 행복>이라는 책은 ‘세계 100명의 학자들이 1000개의 단어로 행복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멋진 책이다. 말 그대로 전 세계 행복학의 권위자들이 스스로가 정의하거나 실증 연구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사실 책 내용을 읽게 되면 그 내용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 없음에 조금은 실망스러울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 즉 행복이 무엇인지 혹은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글 자체를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옴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진짜 앞으로 나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전달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내 기분은 천국이었다가 지옥이 되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이 책에도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러시아의 터널효과를 예로 들면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를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내가 터널 안에서 차량정체를 겪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옆 차선이 정체가 풀려 시원하게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안심이 될 것이다. 옆 차선으로 옮겨 똑같이 따라가면 나도 터널을 탈출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곧 차례가 올 테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내게 손짓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회적 유동성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의 법칙’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나라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미국 경제학자 허쉬만의 터널효과에 따르면, 터널 안에서 똑같이 차량정체를 겪을 때는 모두 인내하지만, 한 차선이 먼저 트이면 여전히 정체 상태인 다른 차선에 있는 사람은 불만이 고조된다. 즉, 성장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을 감내하지만 점점 갈등이 커지므로 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려면 성장뿐 아니라 분배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P.49
결국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지 아닌지의 기준은 남이 아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리 잘나 보이지 않는 인생일지라도 그 삶의 주인공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해하면 행복한 거 아닌가 말이다.
아무튼 이 책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모든 행복의 시작도, 불행의 시작도 결국은 본인 스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런 글들을 꾸준히 읽고 되뇌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야 행복에 관한 나만의 정의와 기준, 방법을 끊임없이 발견해 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