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번역을 하느라 깨어있는 사이 새벽빛이 물들기 시작하면 나는 작은 소리를 듣고는 한다. 아파트 현관 앞에 누군가 던져놓는 신문배달 소리.

처음에는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희미하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다음 ‘스윽~’하고 신문이 바닥을 끄는 소리를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 후 지하철 첫 차가 지나가는 소리까지 나면 나는 그제서야 노트북을 끄고는 했다.

지금은 번역 일을 잠시 접고 회사에 다니느라 더 이상(?) 신문 배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면 안타깝지만 그들이 그렇게 새벽을 여는 소리는 나에게 신성하게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마치 새벽강의를 들으러 처음 탄 버스 안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동안의 나태함을 반성하는 것처럼.

 

오늘 읽은 책은 제목이 참 신선했다.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들게 하면서 그 신문배달을 했다는 부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동시에 유발시켰으니 말이다. 책장을 열고 그들이 누구인지 살펴보니 악~소리 절로 나온다. 워렌 버핏, 잭 웰치, 월트 디즈니, 톰 크루즈, 샘 월튼, 앤드류 빌...

연일 기사에서 백만장자 혹은 유명한 CEO로 소개되는 이들도 신문배달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건 놀랍기 그지없다. 미국은 신문배달이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닌, 아이들도 독립적으로 용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의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소년 ‘레인’ 역시 우연히 시작한 신문배달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걷게 되었고 성공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실제로 워렌버핏 역시 청소년 시절 신문배달을 통해 5,000 달러라는 큰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고 이 돈이 커다란 투자의 첫 걸음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신문을 배달하는 일이 곧 비즈니스의 시작이요, 훗날 부자가 되고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단계라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사실 신문배달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눈이 오든 비가오든 새벽 일찍 일어나 그 많은 신문들을 공급받고 집집마다 배달하는 일이 어찌 쉬울까? 게다가 그 일을 하는 사람이 13,14살에 불과한 소년이라면 삶과의 투쟁이라 부를 만큼 어려울 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레인은 신문을 배달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단지 배달만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면을 고객들이 속상해 하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면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며 점점 나아지기 위해 애쓴다.

그 결과, 그는 회사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배달원이 될 수 있었고 자신의 배달구역을 프리미엄을 얹어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책은 그런 한 소년의 성공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그가 삶에서 느꼈던 비즈니스 법칙을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똑같이 깨우치기를 유도한다. 즉,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혹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기본은 어쩌면 우리 가장 가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남들에게 하찮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도 내 자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고 열심히 개척하면 나는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됨은 물론 그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노하우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하고도 명쾌한 삶의 진리임에도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어야 또 다시 깨우치게 되니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나보다.

 

우리 사회에도 단순히 금수저 물고 태어나 부자가 된 이들보다는 이렇게 스스로가 경제관념을 익히고 깨우쳐 자수성가하는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단지 돈 많다고 대접받는 철부지 부자들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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