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글학자가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제목이다. 위반을 했는데 정당하다라?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이 제목을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 없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저자는 한겨레에서 18년간 일하는 현역기자로 책의 내용 또한 그동안 한겨레 21에 써왔던 124편의 칼럼을 선별해 묶어 놓았다. 시사주간지인만큼 시의적절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세상을 논하는데 민주주의에서 인권, 법, 언론, 정치 등 여러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어 풍성한 얘깃거리가 가득했다. 특히 저자의 약력을 보니 미국 로스쿨에서 국제 인권법 학위를 따고 변호사 자격을 얻어서인지 법이나 인권에 관련해서 법적인 근거를 대거나 전문적인 예를 드는 부분에서는 법조인의 시각도 두드러짐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나꼼수 열풍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부도덕하고 각종 비리에 앞장선 정치판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많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눈감고 귀막은 상태에서 여전히 ‘마이웨이’중이시니 더 깝깝할 노릇이지만. 특히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 법조인, 검찰 관계자들은 강자 앞에 납작 엎드리고 약자 앞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 지긋지긋하게 연출하고 있으니 한숨만 절로 나온다. 어디 이뿐인가? 인사청문회에서는 각종 불법의혹이 늘상 논란이 되고 위장전입은 공직자들의 필수조건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위장전입하면 처벌대상이 된다하고 자기는 진심으로 뉘우치니까 된거란다. 뭐 이런 개소리가 다 있나?!

저자는 이런 <나쁜 세상>을 한탄스럽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해야만 좋은 세상이 될 것인지를 나름 자신의 시각과 견해를 통해 밝히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당한 위반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공적인 이슈에 대한 토론은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강력해야 하며,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그러자면 정부를 향해 격렬하고 신랄하고 때론 불쾌할 정도로 날선 공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에 온 나라가 충실해야 한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폭력적 행위가 아닌 표현의 영역에서, 정부에 얼마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대들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다. 그 표현 내용에 거짓이 포함돼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다. [본문 중]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더 낮은 곳은 외면하고 높은 곳만 바라보며 그곳을 갈망한다. 소외되고 버려진 계층은 더욱 더 격리되고 불법과 부정직한 루트라 할지라도 높은 곳에 다다를수만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어버리는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재이기에 저자의 낮은 시선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땀의 대가를 정직하게 보상받을 수 없다는 걸 나 스스로 어느 순간부터 용인하고 있었나보다. 책에서 언급된 나쁜 사회의 일원으로서 너무도 당당히(?)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발견하고 말았으니.

이런 책을 읽다보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내가 정의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어느 새 다시 이기적이고 약삭빠른 생활인으로 돌아와 있다. 아! 이 괴리감을 어찌하면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