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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군상 ㅣ 지만지 고전선집 653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작가 하인리히 뵐의 책을 처음 접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반하는 인간형이 등장하는 이 작품으로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약하지 않다.
우선, 이 작품에는 레니 파이퍼라는 여성이 등장하고 그 여성의 삶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구조였는데 이 여성은 강직하고도 강인한 여성으로 보여 진다. 아니면 사회에 부적응했던 인물로 보아질 수 도 있고.
나의 눈에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이상한 모습의 여인으로 비추어 졌음을 고백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녀는 자본주의에 상반되는 아니, 적합하지 않는 모습들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난 자본주의, 상업주의 사회에 익숙한 전형적인 사람이니까.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여성이었음에도 돈이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빚을 지면서도 누군가를 도왔고 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조차도 스스로가 거부한 특이한 인생을 유지했다. 어찌보면 자기의 주장이 강하고 또 어찌보면 비합리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듯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여자 주인공 레니는 여러 인간상을 보여주는 다중적인 인물이라고 정의해도 될 것 같다.
즉, 이 여인을 두고 여러 사람들이 등장해 그녀의 삶과 인생관에 대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데 각각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인물로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그녀는 오갈 곳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집을 내어주고 검소하고 소탈하게 살았던 한 인물이었고 또 어떤 이들에게 그녀는 정신 나간 이상주의자 혹은 고집불통이었으니까.
다만, 이러한 여러 관점에서도 일관성 되게 유지되는 것은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보다는 인생 자체를 즐기려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지탱해가는 신념이었다.
예쁜 옷을 입고 가게의 전면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앞치마를 입고 차가운 뒷방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거기서 화환과 꽃다발을 엮었습니다. 더 멀리, 더 높이 오르려는 명예욕이 없었습니다. 명예욕은 전혀 없었던 겁니다. p.89
이런 인물을 설정한 이유는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들려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책 말미쯤에 문득 들었다. 정신없이 빠르게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성장하는 자본주의 안에서 피폐한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에게는 어딘가 불편해 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돈이나 명예, 물질에는 전혀 욕심 없이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지만 강직한 삶을 살아가는 레니라는 여성형이 이 사회에서 새로운 인간형으로 군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에게 이런 글을 쓰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