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광풍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열기를 놓치기 싫었던 MBC도 가수 오디션을 시작으로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의 신입아나운서를 뽑는 프로그램도 했었다. 니들 신입사원을 왜 우리가 뽑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나는 그 프로그램을 나름 즐겨 보았다. 미션이라는 과제로 긴장감 100배를 주며 출연자 및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엄청난 인재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했었다. 특히 지금 아나운서의 위상은 연예인 못지않게 엄청난데 아무래도 지적인 면모와 아름다움까지 겸비했기에 선망의 대상이 된지는 오래고 모 아나운서의 재벌가 시집가기 성공으로 여대생들에게는 더욱 되고 싶은 직업으로 부상했는지도 모른다.

책 한권 읽고 감상을 정리하는데 이렇게 길게 사족을 단 건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전직 아나운서였던 손미나씨였기 때문이다. 몇 천만원의 고액 과외비 및 학원 수강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아나운서가 되려하는 이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겠다고 사표를 던졌으니 그녀의 인생역전이 부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질투도 난다.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잘 살아가는 그녀가 이번에는 첫 소설을 출간했다. 하~ 그녀의 능력은 어디까지 인가?

 
예전에 번역된 책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을 때 왠지 다음번엔 에세이류가 아닌 그녀의 소설책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역시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나보다. 소설은 자유로운 그녀만큼이나 여기저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로 흥미로운 러브스토리로 무장한 로드무비형식의 내용이었다.
인종도 국적도 다른 두 남녀의 희한한 조합이 눈길을 끌었던 이 작품에는 네 명의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선 이야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장미. 자신의 책을 출간하기를 바라나 그 꿈은 번번이 좌절되고 남의 책을 대필하며 살아가는 고스트라이터다. 매번 대필할 때마다 적지 않은 고민을 하지만 작가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치않다. 그러던 차 매력적인 조건으로 또 다시 대필작업을 부탁받게 되는데 이번에는 모 재벌회장의 딸 최정희의 자서전이었다. 그녀는 해외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이었고 레아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화가였다. 그렇게 그녀의 자료를 모으러 파리로 떠난 장미는 우연한 사건으로 프랑스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야기는 교차편집으로 진행되는 동안 레아와 그가 사랑한 또 다른 남자 테오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이 4명의 남녀가 책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 되는데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듯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었다. 다만, 내가 너무 영악한 독자였는지 책을 읽는 내내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엮일지 혹은 또 어떤 식으로 그들의 사랑이 방해받게 될 것인지를 너무도 잘 예측할 수 있었기에 좀 실망스러웠다. 어떤 우연에 있어서는 이야기를 연결시키기 위한 억지스러움도 보여서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너무도 소설 같은 소설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딘가 익숙한 스토리와 등장인물들, 묘하게 엮이고 스쳐가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사랑이야기. 난 전혀 신선하지도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첫 소설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그녀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킬 만큼 자신이 구상하고 쓰고자 했던 것들을 활자로 고스란히 쏟아냈을 그 수많은 밤들의 노고는 진심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나에게는 좀 싱겁고 예측 가능한 책이었지만 그녀의 다음 책(아마 프랑스 여행기라고 했나)은 그녀만의 자유스러움이 물씬 풍겨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