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앗싸라비아!
힘을 북돋아주는 주문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책. 총천연 칼라의 익숙한 신뽀리가 등장하는 만화가 아닌 일상의 풍경들이 잔뜩 담긴 포토에세이... 그래서 좀 낯설었다. 박광수라는 저자는 나에게 광수생각이라는 만화로만 기억되던 작가였으니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니 그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온전히 담았다는 사진과 감성이 풍부한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프로를 흉내낸 것 같은 멋만 잔뜩 들어간 사진도 아니었고 입이 쩍쩍 벌어질 만큼 매혹적인 사진도 아니지만, 소박하면 소박한 대로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그렇게 정겨운 풍경들이 오히려 마음을 더 뒤흔들어 놓는다.
게다가 그 옆에 메모처럼 살짝씩 얹어놓은 그의 단상들은 지금 그의 삶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라는 감상과 함께 나의 생도 이런 방황과 갈등이 발견되는구나 싶은 단조로운 공감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좁은골목길을거닐어라.
양어깨가골목의담벼락에닿을듯말듯한,
혼자만이걸어갈수있는좁디좁은골목길을거닐어라.
그곳에서마주오는자신과의생각과마주쳐라.
행여몸을뒤로돌려서온길을거슬러피하지말고
온전히자신의깊숙한생각과마주하라.
삶의중요한결정들은결국혼자밖에할수없는것처럼,
자신이자신의삶속에서어떤생각과어떤태도로
살아가는지그좁은골목길에서마주하라.
그래야만그좁디좁은
골목길에서비로소나올수있는것이다.』(본문 138)
책에 나오는 그의 짧은 이야기를 옮겨보았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많은 글들은 글자와 글자사이에 여백이 거의 없거나 위에 인용한 글처럼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처음 읽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이 단번에 느껴질 즈음 마음 한켠에선 또 이런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뭐 어때? 작가 맘이지. 아님 이 책을 편집한 편집자의 의도일수도 있고. 항상 익숙한 게 좋은 건 아니잖아.’와 같은...
다만 내가 내린 결론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우리와 조금은 달라서이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법칙인양 정해놓은 글자와 글자사이의 여백, 행간들을 규격에 맞추어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 그 법칙마저도 거부하고 싶었던, 그런 궁극의 자유를 글의 외형에서도 표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은. 남들이 거는 딴지 따위는 아랑곳없이 여긴 내가 창조해 놓은 세상이고 그걸 당신들이 이해한다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의뭉스러움.
저자도 밝힌바 있지만 ‘삶은 정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고, 질문을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기에 그 순간에는 온 마음으로 충실했고 후회가 없다’라며 스스로 지나온 삶을 소회한 듯한 말을 하였다. 그랬다. 저자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신이 지나온 삶을 재발견했든 단 한순간도 깨닫지 못했던 어떤 진실을 발견했든 그것은 ‘삶’이라는 기나간 시간에 대한 다양한 과거와 현재, 미래였다. 어떤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 기를 쓰기 보다는 순간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상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대견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앞에 펼쳐진 생은 온전히 나 혼자 걸어가야 한다는 걸 즐기기라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