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백과사전 한 질을 구입해주신 이후 나는 매일같이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린 내가 한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울 정도의 무게와 크기를 자랑했지만 그 내용은 방대함이 상상이상이었다. 당시 전화번호부책 만큼이나 두꺼웠던 각 권이 인물,사회,역사, 과학 등 세분화 되어 관심 있는 것만 골라 읽어도 뿌듯하고 좋았었다.

오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상력사전>을 만난 느낌이 딱 그 시절의 내가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인데 이는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책을 통해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행복한 것이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사전이라는 책 제목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가 몇 해 전에 발간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래 맞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특별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는 사전이다. 제목에 걸맞게 600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 방대함. 기발하고 독특한 관점을 가진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상상력마저 자극한다. 때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사건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거나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도 해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상상력 ‘사전’이라고 명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때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인지 이 책에서는 과학적 설명이 유독 두드러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 부분들이 조금 버겁기도 했다. 워낙 관심밖에 생소한 용어들도 있었기 때문인데 그건 초반의 기우에 불과하다. 나중에는 그런 것까지 새로운 지식으로써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 이외의 다른 다양한 분야들 즉, 문학, 심리학, 연금술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군데 안 건드린 부분이 없을 정도이니 그가 어떻게 삶을 관조하고 글에 풀어내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렇게 독특하고 기발한 전작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와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나보다.

만약, 그가 우리와 같은 생각과 느낌들을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하고 선보이는 데 그쳤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고유한 색깔을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겠지만 자신 앞에 펼쳐진 생의 무대에서 순간순간을 그냥 넘기는 법 없이 항상 사유하고 끄적거리고 상상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이 가진 상상력의 무게를 즐기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주입식 교육에 따른 획일화된 사고와 경직된 창의성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데 바로 이런 작가와 같은 상상력이 배제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상상하는 힘’은 아닐는지. 게다가 상상력이 결핍되면 오직 한 가지 답만 존재한다는 생각에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되고 결국 이는 상대방의 차이마저 부정하는 위험한 결론에 이를수 있다는게 나의 견해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자의 위대한 상상력의 향연을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처럼 단조롭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재미나고 신선하게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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