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김제동.

언제부턴가 그 이름만 들어도 빙그레 웃음이 난다. 작은 눈으로 크게 웃고 있는 그의 미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왠지 지금의 그라면 이 험한 세상에 따뜻한 바이러스를 퍼트려 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또 그라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어깨를 두드려 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유명 인사들을 만나러 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원래 이 책을 위해 인터뷰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일간지 신문에 약 1년간 연재된 것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니 그의 인터뷰를 계속 듣기위해 신문을 구독하고 싶을 정도이다.

저자와 인터뷰를 했던 그 유명 인사들을 쭉 훑어보니 관심이 생기는 이도 있었지만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이가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선입견도 상당했었던 것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이 달리보이더라는 말씀. 그래서 사람은 하나만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인가보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스포츠,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관심밖에 있었던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배워갈 수 있었다.
내 분야가 아니면 혹은 내가 관심 있는 것이 아니면 외면하기 쉬웠을텐데 이렇게 골고루 사회 전반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에 새삼 고맙기도 하다. 인터뷰는 사실 인터뷰이보다도 인터뷰어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소신껏 대답하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져주면 된다. 그러나 그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인터뷰어는 사전에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겠는가?
그의 업적이나 사상, 생각은 물론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궁금해 하는 점까지 파악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상대의 말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기술까지...김제동이야말로 이 시대의 탁월한 진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본다.

소설가 조정래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 이 시대의 60~70대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 온몸으로 피 흘리며 경제를 일으킨 세대예요.
그런데 그 하찮은 돈 갖고 그분들을 모욕해요? 내가 '허수아비춤'을 왜 썼는줄 아세요?
기업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자금을 만들고 탈세하고 위법했어요.
그걸 철저하게 다 내가 국가가 잘 관리하면 그분들 노후에 매달 100만원씩 드리고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날 기업이 탐욕을 부리면서 반사회적 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기업이 잘돼야 우리가 잘살 수 있다는 그릇된 맹신을 해왔기 때문이예요.
바보 같은 허수아비춤을 췄다는 것이지. 그리고 그들의 반사회적 행위가 한낱 허수아비춤이 되도록 우리가 단속하자는 의미이기도 해요.“

허수아비라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썩을대로 썩어빠진 대한민국의 모습에 분통이 터졌다. 그날 저녁 또 다시 온갖 비자금과 비리로 얼룩진 뉴스를 접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잘못된 것을 자꾸 끄집어낼 줄 알아야하고 누군가는 그런것들을 자꾸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정치적 파도에 밀려 신변의 위험까지 느끼게 되는 거지같은 세상이지만, 그래서 더 김제동과 같은 또 이 책에 나온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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