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후반전이다 - 행복의 진화
권용주 지음 / 한티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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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행백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행복론은 수없이 들어봤어도 행백론이라는 처음 듣기에 책에 인쇄가 잘못되었나?라는 의심을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말은 잘못 인쇄된 말이 아닌 저자가 주장하는 하나의 고유명사였다. 게다가 자신의 필명으로까지 택한 이 단어, 도대체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행백은 간단하게 풀이하자면 ‘행복한 백수’이다. 세상에나... 행복한 백수라니.
수백만명의 비자발적 백수들이 들으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백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백수들과는 정의가 틀리다. 그리고 왜 ‘행복한’이라는 말이 백수 앞에 붙는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자의 행복한 백수는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백수는 할 일이 없어서 놀고, 행백은 할 일을 찾아서 논다.’
‘백수는 몸이 놀고 행백은 마음이 논다.’
‘백수는 사는 게 재미없어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지만 행백은 사는 게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한 백수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뜬 구름잡는 느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한의학을 전공하고 잘 나가던 의사여서 그런지 자신의 논리를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명한다. 즉,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론 없이 말만 번지르르한 그런 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것이 바로 ‘진화론’이었다.
그래서인지 인류의 선사시대, 옛날 우리 조상들의 삶과 자연환경을 지금 우리의 생활에 비교하는 내용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편리함이나 과학적 진보 빼고는 인간 자체에는 과거의 환경과 삶이 훨씬 자연스럽고 득이 많다는 것을 안다.
공해로 가득한 도시, 인체에 유해한 식품 첨가물이 잔뜩 들어있는 먹거리만 봐도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것이 사실이듯이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자는 맑은 가난을 주장하며 행복한 진화를 위한 자아찾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못하겠다. 내가 무슨 대재벌처럼 호사스럽게 살아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불행하게도 돈이 없어서 아픈 몸을 치유하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 사람들을 본 적이 많았다. 당장 수술 한 번만 하면 생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없어 사랑하는 가족들을 어이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 앞에 돈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그들이 애초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병을 초기에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겠냐? 물을 수도 있지만 병은 소리없이, 순식간에 찾아오기도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지 않게 태어난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수천만원, 아니 몇 억원만 있으면 생을 어느 정도 연장 시킬 수 있는 의학의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과연 돈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정도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들에게는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하는 당위성이 생겨버렸는데도 말이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에는 많은 부분 공감하기도 했다. 특히 인생의 전반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나면 후반전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힘마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하고 맹목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다가 결국 건강마저 잃게 되면 모든 걸 잃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저자의 행백론을 참고로 자신이 행복해 지는 길을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에게 있어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면, 또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다른 길일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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