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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평점 :
인간.
이 한 단어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고도의 지식과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위대한 존재인가? 아니면,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가장 잔인하고 죄가 많은 종족인걸까?
하늘 위의 천사가 인간과 함께 산다해도, 분명 인간은 천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권리를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더랬다. 도롱뇽이라는 제목에서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체코 작가의 글이라는 점도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출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읽은 많은 온라인 지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간과 도롱뇽의 대립이라는 구도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태였는데 읽어봐야 그 맛을 알꺼라는 묘한 추천은 더 이상 이 책을 그냥 내버려 두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장장 400여페이를 훌쩍 넘기는 이 책을 부지런히도 읽어댔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이 작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떻게 이렇게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을 책 한 권에 쏟아낼 수 있는지 무대에 서 있었더라면 그의 등장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도롱뇽이라는 독특한 종족을 의인화시켰다는 창의적인 생각도 흥미롭기 그지 없는데 읽는 내내 그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에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빨려들었다. 마치 지구 촌 어딘가에서는 도롱뇽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며 인간의 오만함과 탐욕스런 행동에 경고를 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난 작가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싶을 정도로 그의 천재성에 꽤나 감동을 받고 말았다. 두발로 걷고 언어와 기술을 습득하고 인간과 거의 동등한 문명을 만들어내는 도롱뇽의 진화는 결국 인간의 멸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었다.
막대한 부를 위해 그들을 착취하던 인간들이 결국 그들과의 공존을 모색하기보다는 대립을 통해 인류번영을 영속시키려 하는 이 이야기...
작가도 이야기 했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