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고정원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12월
평점 :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인 미즈타니 오사무는 밤마다 비행청소년을 찾아 헤매는 교사로 유명한데 그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고.
어떤 꽃씨든 심는 사람이 제대로 심고 가꾸면 예쁜 열매를 맺고 자라지만, 관심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시들거나 죽어버리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밝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참 부끄럽기만하다.
사실 난 요즘 아이들이 참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아직 순수한 눈빛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눈조차 마주치기 무서운 아이들도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험한 말, 아이 같지 않은 거친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금방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게 된다. 어떤 때는 속으로 ‘쟤들 부모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쯧쯧...’하며 그들의 가족들까지 비난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아이들이야말로 비난보다는 격려가 필요했을 텐데 나는 외면하기에 바빴을 뿐이었다. 사회에 불만이 많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가갈 생각도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를 보니 고마운 마음은 물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교사’ 혹은 ‘선생님’이라는 타이틀로 이 땅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점점 어려워진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
교실 ‘밖’ 아이들이라는 제목에서 뉘앙스를 풍기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평범하게 사랑받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다.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온갖 상처를 이미 가슴 한 가득 안고 있는 아이에서부터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서슴치 않았던 아이 등 내가 사는 현실에서는 만나보기도 힘든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곁에서 항상 묵묵히 아이의 등을 토닥이고 한 권의 책을 쥐어준 이 책의 저자 고정원 선생이 있었다.
왜 이 아이들은 교실 ‘안’이 아닌 ‘밖’에서 맴돌며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을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정과 사회의 어른들이 그 아이들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하고 애정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런 환경에서 1차적으로 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위안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님보다는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조그맣게 들려오는 SOS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그런 어른들이 필요한 것인데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런 선생님이었다.
나 같으면 한 두 번 얘기해서 행실이 고쳐지지 않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 금방 실망하고 돌아서버릴텐데 저자는 끝까지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반성하는 듯 하다가도 다시 예전의 비행청소년으로 돌아가 그동안의 정성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도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온힘으로 아이를 다시 끌어안고 돌아오기를 기다려준다.
그렇기에 아이들 역시 그런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새출발을 다짐한다.
이 책은 나에게 2가지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하나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교실 밖 아이들에게도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켜봐주면 언젠가는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교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 어른들의 몫이 크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기에 우선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한 권의 책이라도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지혜는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작지 않은 커다란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배웠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