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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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그 원인은 바로 ‘종교’ 때문일 것이라고. 즉 종교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런류의 이야기였다.

그때는 그냥 핏! 하고 웃어 넘겼지만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 같은 중동권의 종교적 대립은 우리가 직접 느끼지 못할 뿐 상상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불교신자에 속하지만 다른 종교를 비하할 생각도 없고 그닥 관심도 없다. 그렇지만 가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불지옥에 떨어진다는 허무맹랑한 외침과 자신들은 하나님에 의해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렇게 편협한 사고와 지식으로 어떻게 타인을 개종시킨다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았다.

 

예수복음이라는 책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영화로 처음 알게 되었고 책으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영화가 매우 충격적인데다 소재 자체가 참신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있었는데 솔직히 이 책은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종교와 하나님이라는 무거운 주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현재 기독교인들의 신경을 거슬릴 만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은 물론 끊임없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의심하는 모습, 그리고 신의 권위를 지키고 존재를 믿게 하기 위해 펼쳐지는 잔혹한 학살행위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기독교인이 아닌 나까지도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말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기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종교와 권위주의에 대한 허상을 비판한 것이었겠지만.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예수는 베들레헴의 허름한 동굴에서 태어난다. 출생 전부터 이미 예수의 고행을 말하려는 것인지 마리아는 온갖 고통 속에서 예수를 출산하였고 이 잠깐의 행복도 잠시, 아이는 또 다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헤롯왕이 2세 미만의 아이를 죽이라는 명을 내린 것.

다행히 요셉이 이 사실을 알고 미리 대처를 한 탓에 예수의 생명은 구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탓에 예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고 그때서야 요셉 역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리고 시작되는 악몽들....

결국 나중에는 요셉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되는데 죽은 요셉을 찾은 후 자신의 탄생비화와 자신과는 운명을 달리 했던 죄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게 되자 집을 나가 버린다.

 

이렇게 예수는 끝없는 고행 속에서 자신의 운명, 혹은 존재 자체도 부인하려하고 하나님과 악마를 만나며 계속되는 논쟁을 하는데 그는 사람인가? 아니면 신인가?

물론, 저자의 의도대로라면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를 모독하고 참이나 진실이냐를 떠나 이런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주제 사라마구의 역량이며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이 흥미롭게만 읽을 수는 없지만 어떤 것에 대해 하나의 진실만 일관되게 믿기보다는 가끔은 이렇게 삐딱하게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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