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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 당신의 두뇌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
베레나 슈타이너 지음, 김시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소개를 처음 읽었을 때 일 년에 몇 번씩은 만나게 되는 일본식 자기계발서적이 떠올랐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뇌 혁명을 일으키고, 체계적으로 메모하고, 빈틈없이 자기관리를 하라는 그런 서적류 말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이 일본서적들은 효율성을 너무도 강조한 나머지 당장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남은 생을 헛되이 보내는 것 같은 조바심이 가장 먼저 들었다. 긍정적인 공감대를 통해 실행하고픈 의지가 생기기보다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함을 거쳐 이렇게 따라하면 되려나? 같은 반강제적 행동을 취하기 마련이었다.
하긴, 언제부턴가 지루하게 비슷한 말들이 반복되는 자기계발서적들에 흥미도가 떨어지긴 했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씩 읽게 되도 큰 감흥 없이 ‘다 좋은 말이네.’ 하고는 스르르 대충 넘겨보는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이 프라임 타임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1장 최적의 에너지를 느끼라는 부분만 읽어도 다른 책과는 확실히 틀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침형인간의 환상을 버리라고 시작하는 부분만 읽었는데도 그렇게 맘이 후련할 수 가 없었다. 나 자신이 아침형 인간이 절대로 아니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동안 사람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아침형 인간을 옹호하고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이 책의 저자는 생체시계는 사람마다 다르니 자신에게 어떤 시간형이 맞는지를 먼저 분석해보고 그에 따른 최적의 시간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같은 아침형이라도 자신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이르는 프라임 타임이 다 다를텐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모두 프라임 타임이니 그리 아시오. 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 개개인이 정확한 나만의 시간표를 파악하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이 매뉴얼도 간단하게 제공해 주고 있다. 어느 하루를 골라 업, 다운 되는 에너지 상태의 변화를 그래프로 표시하고 파악함으로써 제대로된 나만의 생체시간을 알 수 있게 한다. 나도 하루를 잡아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결과는 내 생각과는 참 달랐다. 나는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긴장하는 그 시간대가 프라임 타임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 시간이 급격한 에너지 다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웜업하는 단계라고나 할까? 서서히 에너지를 끌어올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시 직전이 나의 에너지가 UP! 되는 때였다.
은연 중 점심시간을 경계로 오전 오후를 나누는 습관 때문인지 점심 먹기 직전에 최고조의 활동량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일을 마무리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점심 후에는 급격한 에너지 변동은 보이지 않고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또 한 번 나의 프라임 시간을 찾았다. 이 시간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서평을 쓰는 버릇이 있어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예상과는 다른 나만의 프라임 타임을 알게 되면 남들이 정한 그 시간에 꼭 뭔가를 해내야하는 강박관념도 사라지고 좀 더 느긋하게 그렇지만 알차게 내 일상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휴일에는 온 우주가 쉬는 날이니 제대로 쉬라고 다그쳐주기도 하고 휴가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휴식의 미학을 제대로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운동을 하라거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일상화하고 세부적인 계획표를 짜라는 이야기는 다른 책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절대로 같지 않다.
게다가 일부 저자가 말하는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이라는 주관적인 견해가 아닌 실험과 논문, 통계를 통한 객관적인 지료와 이론들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고 있어서 신뢰도에서도 최고점을 주고 싶다.
하루가 뭔가 비효율적이고 어정쩡하게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프라임 타임과 에너지 변화그래프를 먼저 찾아보기 바란다. 그 다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