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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 - Drama,작가 vs 작가 ㅣ 방송문화진흥총서 96
신주진 지음 / 밈 / 2009년 10월
평점 :
한마디로 말하면 나 역시 드라마 폐인이다. 한때는 한드도 모자라 미드, 일드까지 섭렵하면서 온 세계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삶을 만나느라 참으로 바쁘게 지냈었다. 지금이야 드라마보다는 책의 매력에 빠져 드라마 보기를 돌같이 하고 책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지만...
우스개 소리로 한국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과 교통사고, 기억상실, 재벌남으로 완성된다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드라마가 주는 무한한 매력은 여전하고 그 바탕에는 작가라는 군단이 거대한 산맥처럼 버티고 있다. 몸값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접받는 대작가가 있는가 하면, 트렌드에 맞는 산뜻하고 재미난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작가도 있고 시청률과는 별도로 뚜렷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마니아 작가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양분화되어 있는 작가와 작품들을 연구한 책이 있으니 그 책이 바로 신주진 저의 [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이다.
책은 이야기, 캐릭터, 트렌드 그리고 마니아, 이렇게 4가지 큰 주제를 통해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을 비교하고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드라마 작가들을 매우 깔끔하게 분석, 정리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이 진화하듯이 드라마 역시 많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그 성과 때문인지 현재는 ‘한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이렇게 한번쯤은 한국 드라마와 작가를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혹은 작가의 유명세와는 별도로 드라마와 작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특징과 문제제기, 드라마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조건을 채워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가부장체제하의 우리네 모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대표작가 김수현과 김정수를 비교하는 글은 참 많은 공감을 했더랬다. 아무래도 이 작가들은 워낙 자기만의 스타일이 극에 강하게 드러나고 오랜 시간동안 별 변함없이 그 틀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홍자매 작가들 (홍정은, 홍미란 vs 홍진아, 홍자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어서 그냥 관심 있는 작가들로 기억했다가 이제는 그들만의 개성과 글의 구성 등에도 날카로운 시선을 덧입혀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볼 수 있을 듯 싶다. 이외에도 속된말로 대사빨이 끝내준다고 부러워마지 않던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 또한 귀가 솔깃할 정도의 신선한 분석들로 읽는 동안 즐겁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드라마나 작가에 대한 어떤 학술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가까운 드라마와 그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크게 공감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정말? 이라고 갸우뚱했다가도 또 이내 맞아 맞아 이 드라마는 이런 방향이었구나 싶어 동의하게 된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그리고 앞으로 이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마음먹은 드라마작가 지망생 등...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