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힘이 세다] 삶의 또 다른 이름 ‘눈물’

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자신의 색깔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것. 나에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전작 ‘연탄길’과 ‘곰보빵’을 읽으며 콧날이 시큰한 감동을 느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해서 이번에 발간된 그의 신작 ‘눈물은 힘이 세다’는 책 표지만 보아도 가슴이 뜨끈뜨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오버한다고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주인공 유진이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은 나에게 참으로 낯설지 않았다. 촌스럽고 어색한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은 나를 생각나게 하였고, 가난한 삶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존심을 지키려는 여린 모습은 또 다른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으며 생의 힘겨움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많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이철환의 글에는 삶의 진정성이 담겨 있음을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가 처음으로 써 내려간 장편소설에는 아마도 그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도 많이 녹아져 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땀내나는 우리네 얼굴들을 이리도 세심하게 보듬어 줄 수 있었을까? 인생의 고비 때마다 무너져 버리는 아버지, 그리고 술의 힘으로만 가까스로 다시 삶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그를 아들은 원망하면서도 결국 마음속으로 눈물을 쏟으며 용서하고 또 용서한다. 아들은 아비의 눈물을 보고 인생을 배우고, 숨어 우는 어미의 눈물을 보며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이유를 기억해 내고는 했다.
그리고 눈먼 아저씨가 말없이 다독여주는 감미로운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삶의 상처와 고통, 괴로움들을 스스로 치유해 가며 살아왔다.

한 많은 생을 살아가는 어떤 이들은 이제는 흘릴 눈물조차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흘릴 눈물이 정말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눈물 흘리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힘겹게 버틴 나날들이 정말 버겁기만 해서 함께 울어줄 또 다른 이름, 가족과 이웃이 필요하다는 속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보다 더 한 상처를 줄지언정 끝까지 내 편에서 힘이 되어줄 이는 다름 아닌 나의 가족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따뜻한 우리 이웃임을 더욱 힘주어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작가는 우리가 상처와 고뇌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한 번씩 뜨겁게 흘릴 눈물들이 오히려 자양분이 되어 더 단단하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유진이 결국은 소설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죽어가는 아버지가 흘리는 마지막 눈물, 그런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회한의 눈물을 보내는 아들의 눈물을 통해 우리의 아픔까지도 치유해 주고 있었다. 어쩌면 잃어버리고 있었던 눈물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면서... 그렇게 우리는 치유되고 또 살아간다.
삶의 또 다른 이름인 눈물을 머금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