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연금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2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삶이 영원하다면 우리가 과연 날마다 반성하고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일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작별해야하는 이 세상, 딱 한 번 주어진 삶이기에 후회도하고 기대도 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바로 여기 있다. [영혼의 연금술사]라는 책.

책의 원제는 스페인어로 [Cuentos para pensar]라 한다. 말 그대로만 본다면 뭔가 생각하기 위한 이야기들 정도 될까? 나에게는 오히려 영혼의 연금술사라는 제목은 너무 익숙한듯하여 원제가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공감하기 쉽게 느껴진다.

정신과 전문의의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26편의 짧은 스토리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한 번씩 겪어봤을, 혹은 단 한 번도 캐치하지 못했던 임팩트한 삶의 단상들을 이야기해준다. 하루 하루를 이렇게 명상하라는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날카롭기도 하고 때로는 섬뜩하기까지한 반전들이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어서 정신적으로 화들짝 놀란 적도 여러 번 있게 한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자,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짧은 몇 마디에 자신은 물론 독자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살아있는 말, 스토리들은 아직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한 누군가의 가슴에도 살며시 문을 두드린다. 우리도 당신처럼 두렵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함께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냐며 따스한 제안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에 현실이었던 것, 그것이 현실일 수는 없다.
내일 현실이 될 것, 그것이 현실일 수는 없다.
나를 둘러싼 작금의 현실이야말로 현실 그 자체다.
  

결국 출발점이 있을 때라야 그곳에서부터 여행길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 p. 13-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들을 들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현재의 나를 수용하기 힘들 때가 참 많다.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하고, 현실도피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듣기도 하지만 결국은 ‘지금의 나’를 힘겹게 인정하고 만다.
작가의 말처럼 현재의 출발점이 있기에 앞으로의 여행이 시작될 것이고, 그 출발점에서 제대로 바라보고 서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로 볼 수 있음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그리 위대하지도 대단한 것도 아닐지 모른다. 다만, 그 작고 담담한 목소리를 전해 들으면 우리네 삶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고 속삭여 주는 것 같다. 사소할 지라도 그 안에 꾸밈없이 지을 수 있는 작은 미소만 번질 수 있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