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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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왕따, 이지메, 교권박탈...
요즘만큼 교육계에 말이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지메’라는 일본어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학교에서는 벌어지는 폭력과 왕따가 사회문제로 인식될 만큼 그 심각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현장의 중심에는 학생과 교사가 있다.

지금까지는 왕따를 당해온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면 이 책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는 실제 교사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한 내용들을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피해학생들이 이렇게 괴로워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선생님들은 ‘방관자’로써 그 책임이 크다고 비난을 해 왔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만나본 교사들의 역할 또한 얼마나 어려운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고 교사의 권위나 권력에까지 도전하려는 아이들의 거침없는 반항에 많은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이 문제는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구성원 전체가 인식하고 끌어안아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책에서는 교사가 한 학급의 담임이 되어 아이들이 행하는 학교폭력을 아주 세세하게 관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학교폭력의 유형 또한 생각보다 다양하고 매우 일상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먹’과 ‘힘’을 써야만 폭력이 아니라 그 범위와 한계는 나의 상상력을 초월했고, 따돌림의 현장에서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은 없었다. 거칠고 난폭하며 이기적이기까지한 나쁜 아이들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약한 아이들의 위에서 군림하며 교실은 또 하나의 치열한 사회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었다. 총 6개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더 심각한 학교폭력의 실상에 간담이 서늘하고 교사가 느끼는 고충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려질 때도 있었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리석고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게도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교육 시스템의 붕괴, 교사의 자질과 무능력함에 대한 논란, ‘요즘 아이들’이라는 범주로 간단히 몰아넣고 정의하기 어려운 개성 강한 아이들. 이 모든 원인들을 ‘학교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도 크고 깊다는 것을.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물론 일차적인 시도는 아이들과 교사들간의 소통과 대화가 우선이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감이 형성된 관계개선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책에서 보여준 사례들을 통해서 그것이 아주 어렵기만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나오기 전에 ‘학교’라는 집단 속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한다. 그곳에서 성장통을 겪으면서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물론 ‘폭력’이라는 무서운 힘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한때는 피해자였을 누군가가 가해자가 되고, 또 다시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힘과 권력의 시스템 안에서 생존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누구보다 더 중요하고 어렵다는 말이다. 적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제 각각의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폭력과 문제들 속에서 교사 자신이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지켜볼지를 결정하는 일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몫으로 남겨진 문제는 많이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숙제처럼 미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 주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이 학교 폭력의 해결에 중요한 첫 걸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고군분투하고 계실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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