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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 슈트
스즈키 오사무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만화 같은 표지 디자인에 더 만화 같은 줄거리를 가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핸섬슈트]라는 제목의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슈트가 있습니다.”라는 소개는 이미 나에게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가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식상함을 뛰어넘는 놀라운 반전이 혹시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묘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기대감은 물론 따뜻하고 통쾌한 반전으로 마음이 흡족해졌다.
돼지를 연상시키는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의 33살 다쿠로는 엄마의 대를 이어 마음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못생겨서 어린 시절 왕따도 당하고 성인이 되어도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는 사라지질 않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게만 살아가는데 어느 날 핸섬슈트라는 마법의 옷을 입고 모델처럼 멋진 남자로 변신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 옷만 입으면 ‘안닝’이라는 멋진 모델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외모하나만으로 대접받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말 기막힌 이야기 아닌가?
따지고 보면 이런 이야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 어릴적에도 무슨 요술봉만 있으면 멋진 여자로 변신하는 만화가 얼마나 많았는데? 다만 그때는 못난이가 멋쟁이로 변하는게 아니라 귀여운 아이가 요정으로 변신한다는 것만 달랐을 뿐.
핸섬맨으로 변한 다쿠로의 인생은 내가 봐도 정말 신이 날 정도였다.
모두들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모습이 좀 가증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기까지 하다.
진짜 다쿠로의 삶과 핸섬맨 안닝의 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외모는 둘째치고 행복의 질이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못난이 다쿠로는 마음집을 경영하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칭찬을 들으며 함께 일하는 모토에를 점점 사랑하게 된다. 자신을 유혹하는 톱모델보다는 자기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종업원에게 사랑과 애정을 느낀다는 말이다. 처음에 나는 다쿠로가 모토에에게 뭔가 동정을 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최후의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이야기의 결말이 만약 그래서 그는 본래의 자기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답니다~라고 엔딩을 맞았다면 나는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쉽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일본에서 영화화되고 (그것도 랜탈 DVD 순위 10안에 몇 주동안 머무르며) 사랑을 받았다는 건 이 스토리 속에 우리가 발견 하게되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 책 후반부에서 작가가 상큼하게 내놓은 반전을 접하면서 이 책의 진짜 매력을 느꼈으니까.
다쿠로가 자신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고 어떤 삶이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찾아낸 것처럼 나 역시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과 내 삶을 더 사랑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