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오랜만에 오싹하면서도 무지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이름 하여 [악몽의 엘리베이터].
이 책,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말을 ‘이 소설은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고 싶을 정도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반전 영화나 책도 많이 읽었고, 눈치도 제법 있어서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말이 뻔히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정말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버려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력에 눈뜨고 코 베인 기분이랄까?

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시작을 보인다. 책 표지나 제목을 보고 납량특집을 미리 예상했다면 급 실망해도 할말 없을 정도로 그런 음산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 등장인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부분이 주로 전반부에 있어 별 긴장감도 없이 흘러가는 대화들은 약간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잠깐 지루해지려는 찰나 이야기가 휙휙 지나가면서 없던 긴장감이 팍팍 생기게 되고 ‘호~ 이야기가 그런거였어?’라며 전혀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는 기분까지 갖게 되었고,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해 미칠정도 였으니까.

게다가 다 읽은 후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을 읽으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 이야기의 개연성을 살려주는 주요 실마리였던 점을 깨닫게 되면 작가가 얼마나 탄탄하게 스토리를 맞추어가고 엮어내고 있는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명이 아니다. 
그때그때 관점만 달리한다면 등장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작가의 시선은 이쪽 저쪽으로 옮겨 다니면서 세심한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도 각각의 또 다른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이중 삼중의 상자를 열어야만 밑바닥에서 ‘진짜 정체 혹은 진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첫 번째 상자를 열고 이것이 진실인양 마음을 놓게 되지만 두 번째 상자가 열리고 또 다른 반전을 마주하게 되면 잠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세 번째 상자에 이르러서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열어보면 역시나 내 예상과는 완전히 빗난 결과물이 유유히 들어있을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눈치를 챌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소설의 구성과 느낌이 좀 독특하다는 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개를 보니 작가가 코미디 극단에 배우, 연출, 각본가로써 이미 이름을 날렸다는 이력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는다기 보다는 연극을 한편 본다는 느낌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일본에서는 악몽열풍을 불러 일으켰을 정도로 악몽시리즈가 발간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머지 악몽시리즈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나 같이 안달하는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는 어서 남은 악몽편도 냉큼 내놓으시오!라고 외치고 싶을 뿐이다.
최고다!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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