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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정은석 옮김 / 더숲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자연 다큐멘터리와 여행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보는 편이다. 늘 주변에서 누리고 살던 익숙한 것이 놀라운 경이로 다가옴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베른트 하인리히의 <홀로 숲으로 가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탐구와 숲의 생명체와 변화를 볼 수 있는 자연 생태 에세이다. ‘숲’, ‘홀로’라는 단어에 이끌렸고, 숲을 상상하면 평화롭고 고요해진다. 이 책에서 무한한 생명의 원천이 되는 자연과 그 속에서 아무렇게나 존재하지만 변화와 경이로운 숲을 보게 된다.
저자는 미국 동북부 메인 주의 어느 숲 속에서. 직접 만든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자발적으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않고 전기와 수도도 없이 생활하는 생물학자이다. 뒤영벌 연구와 큰까마귀의 사회행동 연구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고 한다. 25년 동안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숲으로 가는 것임을 깨닫고 숲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세상을 탐험하려는 순수한 열망을 품고 숲으로 들어간다.
자연 그대로의 삶이 펼쳐진 이 책은 독자로서 부러움과 한없는 배움을 느끼게 된다. 매일 대하는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한번쯤, 그 몇 번이라도 이 책에서 나오는 자연의 언어들이 주는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 숲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삶 속에서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삶을 보호하고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차례는 재미있다. 여름 가을 겨울 봄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나고 찬란한 여름 숲의 이야기 속으로 먼저 빠져든다. 나를 설레게 하는 언어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생명 가득한 숲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숨을 크게 들이 쉬면 피톤치드 냄새와 연두색, 초록색 향연의 숲이 보이는 것 같다. 매순간이 신기하고 신비로운 하늘과 땅의 선물들이 가득 차 있음을 숲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땅 위의 이끼와 지의류, 꽃과 나무, 곤충, 양서류, 날짐승, 야생동물까지.
저자는 연구 대상 까마귀 잭과 오두막에서 살면서 각종 새들과 나비들 곤충들과 바람 햇빛 나무들과의 삶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펼쳐 놓고 있다. 이런 숲속 생명체들이 고요한 침묵 속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을 통해 숲의 소리가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지를 알게 된다. 자유롭게 숲 속 자연과 만나고, 나의 발이 가 닿는 대로 걷고 뛰며, 숲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귀를 기울이는 삶. 숲 속 생활은 늘 주위를 세심히 관찰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해나가는, 생명이 역동하는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다.
숲 속의 생활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공존과 느린 삶의 가치가 얼마나 인간에서 적합한 속도인지를 생각해 본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너무 물질문명에 길들여져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오랫동안 이 책으로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숲으로 가는, 숲이 되는 삶을 지금부터 실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