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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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무소유의 삶을 살고, 말하고 실천한 두 분의 구도자가 있다. 당대에 최고의 존경과 삶의 모범이 되었던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이다. 다시금 무소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이 책에서 화두처럼 ‘무소유’가 마음에 닿아온다. ‘무소유’는 현대인에게 보다 풍부하고 유연하며 행복해지는 삶의 길이다. 마음에 다시 새로워지는 ‘무소유’는 소유하지 않음이 아니라 필요한 것 이외에 추구하려고 지나치게 원하지 않는 지혜로운 삶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소유’는 디지털이 주도하는 현대의 삶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반추이고 성찰이다. 물질문명 속에서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누리며 살아가려는 마음에 무소유는 해방이고, 치유이며, 긍정이 되어준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회향이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은 삶의 실천으로서 무소유를 보여주었다. 정신적 영역이 투철했던 두 분의 자취와 법문에서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수행의 실천이 바로 무소유였기에 세월이 흘러도 다시 마음에 새겨지는 ‘무소유’


‘무소유’는 정신적 고요이고 충만함이며 마음행복이다. 무언가를 앞에 두고 쫓아가거나 집착하는 마음의 표류를 멈추는 것이다. 정신적 물질적 부유함을 위해 필요 한 것 이외의 것을 쌓아두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일 수 있기에 마음이 얽매이는 것을 그치며, 단순하고 간소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는 매일의 실천이고, 나와 타인을 위한 기도이다.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성철스님이 비움과 침묵의 수행을 하신 것으로 유명한 일화들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참기름 몇 방울을 버리는 일조차 허용하지 않고 하수구 물을 나누어 마신 것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법정스님은 버리고 비우며 깊은 산 속 암자에서 수행의 근본을 스스로 일깨우며 살았다. 단순과 간소한 삶의 원형을 현대인에게 일깨우며, 책의 인세를 익명으로 사회에 나눔을 실천했다. 또한 책을 절판한 일화는 언어가 다할 수 없는 진리의 세계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우레와 같은 침묵과 무소유의 실천을 보여준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이, 나의 시절에 언뜻 스쳐지나간 바람과 같았어도 이렇게 가르침을 마주 대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을 가까운 곳에 두고 읽으면서 자경문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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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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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한 권의 책에 두 분의 작가가 공존해 있는 특별한 책이다.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님은 세계적 화가이면서, 백합처럼 흰색 수도복을 입은 도미니코회 수사 신부님이다. 한평생을 오롯이 순명과 서원의 삶을 사는 동안, 그림을 통하여 신께 봉헌하는 일생을 살아온, 이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 화가이다.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보면서, 빛이 참 아름다워서 누가 저 색유리를 처음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책 속에 가득한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한 분의 시인이 있다. 원경스님의 시는 무척 간결하고 청정한 마음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이면서 특별한 프로젝트는, 구도의 길을 걷는 두 사람의 화가와 시인이, 빛의 섬에 꽃비가 내리듯이 예술로 화답하고 있는 점이다. 한 분은 신부님이고, 또 한 분은 스님으로, 동서양의 화합이고 공존이며 서로에 대한 존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시를 읽는다.




시인이면서 구도의 길을 걷는 원경스님은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에 시로써 화답하여, 이 책에서 아름다운 구도의 시들을 두런두런 읽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지고 산사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원경 스님은 수행자의 삶을 살면서 사회에도 깊이 동참하고 있는 점이 매우 존경스럽다. 사회에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누군가에서 밥 한술, 온기 한술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빛의 그림을 창조하는 김인중 신부님과, 자신의 수행과 시의 언어들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원경스님의 생애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림은 시를, 시는 그림을 더 빛나게 해주는 상승 작용과 겸허함이 깃든 이 책에서, 디지털 시대가 줄 수 없는 아름다운 내면의 색채와, 일상이 그대로 거룩한 성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빛과 색, 시를 통해 한껏 정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림과 시가, 전시회처럼 담긴 이 책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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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3
박보람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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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은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붓다의 세계를 설하는 경전이다.(p.5) 이때 꽃은 일반적인 꽃이 아니라 십바라밀이나 보현행원 십대서원과 같은 구도자의 실천적 삶을 말한다. 이 책은 화엄경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에세이 형식이다. 저자는 이 방대한 경전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그냥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화엄경이 말하는 ‘나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현상이 바로 부처’임을 알도록...


진리(부처)에 대해 설하는 화엄경은, 바로 나의 참모습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원만 구족한 존재라는 것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이 그대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나의 참모습이 부처라는 가르침을 온 세계의 모든 현상이 설하고 있다. 화엄 사상은 ‘나’가 곧 온전한 부처라는 핵심을 가리킨다. 이 말은 해방이고 치유이며 대긍정으로 다가온다.


‘대방광불화엄경’은 7처 9회, 총 80권, 39품(주제)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과 기쁨의 해탈문이 가득하다. 보살들이 부처를 찬탄하고, 불(佛)장엄 삼매의 끝없는 법문을 펼친다. 실차난타(695~699년)에 의해 한역된 신역화엄경이다. 1부(1품~38품)에서 전체 내용이 전개된 후, 2부(입법계품)에서 1부의 증득한 과정을 선재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는 구법여행으로 재현한 2중구조로 되어 있다.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설법하는데, 지금 존재하며 살아가는 이 땅이 바로 부처의 세계임을 나타낸다.


여시아문 시성정각! 화엄경의 첫 품, 세주묘엄품은 이 말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금강소성... ‘처음 정각을 이루고 나니 그 땅은 견고하여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다.’(의보) 그 몸이 일체 세간에 충만하여 그 음성이 시방 국토에 널리 두루 해있다.(정보) 이것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깨달음이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우주적인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설해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서 이미 완성된 존재임을 알리는 행복의 경전이다.


삶이란, 전체에 대한 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과 한 알이 익어가는 과정이나, 어제 주문한 택배가 오늘 내 손에 와있는 일, 또 연꽃 한 송이에도 시간과 공간의 모든 인연과 우주가 다 동원되어 온 법계가 자비의 물결로 여래가 출현함을 의미한다. ‘티끌 속의 국토, 한 찰나 속의 억겁’ 모래알 하나에 드넓은 지구의 역사가 담겨있듯이, 내 안에 세상 전부가 다 들어있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화엄세상이다.


저자는 제38여래출현품을 중요하게 거론한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여래로부터 출현한 연기법이다. 무수한 현상 중의 하나인 나 자신이, 바로 온전한 여래라는 말이다. 저자가 반복하여 말한 “‘나’가 온전한 부처님”이라는 관점에서 여래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 출현한 현상인 나 그대로가 온전한 부처님이라는 놀라운 사실은 화엄경을 활짝 펼쳐 드러내 보여준다. ‘화엄경의 문장과 구절이 그대로 화엄경 부처님이다.’(의상) 이 말은 한 글자 한 글자 그 자체를 부처로 본다는 말이며, 작은 먼지에서 저 우주까지 모두 화엄경이다.


자신이 온전한 부처임을 믿는 의지, 서원을 일으키는 것이 초발심 하는 일승보살의 길이다. 십주품의 초발심주는 앞으로 펼쳐질 40개의 보살 지위의 첫 단계다. 그러나 첫 단계는 마지막 단계와 똑같다. 발심할 때의 마음이 성불의 마음이다.(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할 때에 문득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 이 초발심은 항상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에 완성이 있다.


‘화엄경을 한걸음, 한걸음 오릅니다.’(p.164) 저자의 이 말은 화엄경 한 글자 한 글자에 높고 낮음이 없어 오늘 오른 한 걸음, 오늘 읽은 한 글자가 바로 온전한 화엄경이며, 세주묘엄이며 여래출현이다. 티끌 속의 큰 경전은 이미 꺼내어졌고, 중생들은 자신이 갖춘 여래의 지혜를 이미 깨달아 마쳤다. 이것을 확신하여 이고득락, 고통을 여의고 누구나 행복의 길에 다다를 수 있도록, 삶의 길을 축복해주는 화엄경을 오래도록 사유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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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법화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2
하영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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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법화경> 핵심 내용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낸 경전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며, 나의 이야기가 될 붓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숨겨진 부제이며,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법화경은 한 마디로 붓다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이며, 그 말은 당신이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삿다르마-뿐다리까-수뜨라, ‘백련과 같은 정법의 경전’ 인도에서 연꽃 중에서 하얀 연꽃을 가장 아름답고 귀한 꽃이라고 한다. 2천년동안 경전의 왕이라 불렀던 법화경은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을까? 쉬운 내용처럼 보이지만, 상징과 비유는 읽을수록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방편과 진실의 이중주가 펼쳐지면서 저자는 제2방편품(일불승), 제16여래수량품(영원성), 제24상불경보살품(보살행)을 중요한 품으로 거론한다.


영축산에서 법회가 열리던 날, 붓다는 무량의경을 설하고 삼매에 든다.(서품)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땅은 크게 진동한다. 청중들이 모여와 붓다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나도 청중의 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가득한 연꽃 향기가, 붓다의 음성이 온 세계를 대자유와 통합의 일불승으로 나타나는 광경을 바라본다.


일불승(一佛乘)은 부처의 지혜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부처의 지혜를 얻게 하는 것이 법화경이 설해진 궁극의 목적이다.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과 안심의 가르침이 펼쳐진다. AD1~2세기에 편찬된 법화경은 당시에 나의 이론, 나의 학파, 나의 수행...이런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대승’이라는 조화와 포용의 기치 아래 성립되었다.


붓다가 일대사인연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는 목적은 존재(중생)에게 붓다의 경지를 깨달아 얻게 하기 위한 것이다. 붓다는 오직 일불승으로 가르침을 펴는데, 모두가 부처의 지혜를 얻어 성불하게 한다는 것이다. 성문 연각 보살의 삼승은 방편이며, 오직 진실인 일불승으로 돌아간다.(會三歸一) 보살행을 통하여 누구나 평등하게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붓다는 어떤 존재이며 성불은 무엇인가? ‘여래수량품’에서 붓다는 성불한지 매우 오래되어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 지났다고 말한다. ‘나의 보살행은 완성되지 않았다. 수명도 끝이 없다.’ 보살행을 완성해서 부처가 되었지만, 아직도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다는 말이다. 부처의 무한한 수행은, 부처의 무한한 보살행이라는 의미이다. 관세음, 문수, 보현 등 대보살들은 이미 부처를 이루었지만, 영원히 숭고한 보살로서 중생들의 간절한 서원에 나투어 응답하는 것이다.


경전의 약초품에는 산천초목의 나무와 풀과 꽃들에 비가 골고루 내려 저마다 약초와 같은 능력을 가진 개체로 성장한다. 상불경보살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예배하고 찬탄한다. 그래서 욕을 듣고 모욕을 달게 받았다.(상불경보살품) 또 가르침에 감동하여 무수한 세월동안 감사의 공양을 올리는 약왕보살, 또 관세음보살품에는 세상의 소리를 듣고 치유와 구원의 존재로서 대표적 보살이 등장하는 것은, 보살의 실천적 삶이 어떠해야하는가를 보여준다.


깨달음의 초월적 경지가 유토피아나 샹그릴라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현실이다. 꽃(중생)과 열매(부처)가 동시에 열리는 공존의 모습으로 법화경은 나 자신이 온전한 부처의 지혜(성품)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경전이다. 보살행의 실천, 수행은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타적인 삶의 자세를 길러준다. 이 책이 나에게 주는 핵심, 일불승과 이타행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다. 매일의 삶에서 ‘나’에서 전체로 향해갈 수 있기를... 2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뿐다리까(백련)로 피어나, 나의 예경하는 마음도 한량없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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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금강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1
김성옥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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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원문만큼이나 간결한 핵심을 드러내 보여준다. 들고 다니기 쉽게 작은 실용적 크기로 ‘금강’과도 같은 지혜가 도착했다. 예전부터 금강경에 대해 궁금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선(禪)으로 이루어져 있고, 길지 않은데도 깊은 함축이 담겨 있다고 생각되었다. 지난 2천년 동안 무수히 많은 선사와 수행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수행의 지침서, 삶의 안내서가 되어준 금강경.


짧은 분량이지만 ‘다이아몬드 수트라’ 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보석중의 보석 같은 경전 금강경. 암호 같은 글의 나열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늘 궁금했다. 시대를 지나면서 계속적으로 해설서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신심을 주는 이 경전에 대승불교초기 붓다의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경전이라서, ‘금강경’이라고 발음하면 마음에 진동이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에서 스승과 제자의 문답 형식 속에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도 들리고, 낮게낮게 붓다의 음성이 계속 들리는, 단박에 이 자리에서 마음의 차원을 옮겨 놓게 하는 위대한 힘을 느낀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번역한 구마라습(의역)과 현장(직역)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나의 손에 오기까지 두 분의 삶도 보였다. 실크로드를 목숨을 걸고 오가며 치열한 구도의 정신 속에서 번역된 금강경이, 2천년 전에 암송에서 언어로 기록된 시대적 배경과, 기원정사 성립에서 수다타와 기타태자가 보여준 깊은 열정, 기수급고독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시를 베풀었던 아름다운 장면들도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저자는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보살정신에 대해 알려준다. 금강경은 대승의 6바라밀 수행법에서 보시가 많이 강조되었는데, 칠보를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워도 금강경 게송 하나의 법보시를 따라올 수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의 원형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은 거의 다 관념과 이름일 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의 고정된 실체는 없으며, 모든 것은 연기(緣起)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중도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세월동안 일체 존재(중생)를 제도하지만, 보살도 없고 제도 받은 중생도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이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다.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어느 한 곳에 점을 찍을 수 있을까? 갠지스 강물은 흐르고 흘러서, 아승기 모래알만큼의 불세계 미진수 중생의 마음을 다 안다고 하였다. 중생이 중생이 아니고 그 이름이 중생이기 때문이다. 부처가 부처가 아니고 그 이름이 부처이기 때문이다. 오안, 肉眼 天眼 慧眼 法眼 佛眼...모래 알갱이 하나에 갠지스가 다 담겨 있듯이, 현상의 낱낱 모든 것 안에 내재해 있는 실재의 금빛 공덕세계가 지금 이 자리에 펼쳐져 있다. 금강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이 바로 반야바라밀이라는 것을, 미소 지으며 금강경으로 더 깊은 사유를 해나가고 싶은 의지가 생겨났다.


구도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하는 수보리존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기원정사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금속성의 세상,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서 개인으로서, 또 세계시민으로서 전체의 삶에 어떻게 경전의 가르침을 실현해 나가야하는지 오래도록 사유하고 싶다. 금강경으로 안내해준 이 책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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