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ㅣ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3
박보람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화엄경은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붓다의 세계를 설하는 경전이다.(p.5) 이때 꽃은 일반적인 꽃이 아니라 십바라밀이나 보현행원 십대서원과 같은 구도자의 실천적 삶을 말한다. 이 책은 화엄경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에세이 형식이다. 저자는 이 방대한 경전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그냥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화엄경이 말하는 ‘나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현상이 바로 부처’임을 알도록...
진리(부처)에 대해 설하는 화엄경은, 바로 나의 참모습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원만 구족한 존재라는 것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이 그대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나의 참모습이 부처라는 가르침을 온 세계의 모든 현상이 설하고 있다. 화엄 사상은 ‘나’가 곧 온전한 부처라는 핵심을 가리킨다. 이 말은 해방이고 치유이며 대긍정으로 다가온다.
‘대방광불화엄경’은 7처 9회, 총 80권, 39품(주제)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과 기쁨의 해탈문이 가득하다. 보살들이 부처를 찬탄하고, 불(佛)장엄 삼매의 끝없는 법문을 펼친다. 실차난타(695~699년)에 의해 한역된 신역화엄경이다. 1부(1품~38품)에서 전체 내용이 전개된 후, 2부(입법계품)에서 1부의 증득한 과정을 선재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는 구법여행으로 재현한 2중구조로 되어 있다.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설법하는데, 지금 존재하며 살아가는 이 땅이 바로 부처의 세계임을 나타낸다.
여시아문 시성정각! 화엄경의 첫 품, 세주묘엄품은 이 말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금강소성... ‘처음 정각을 이루고 나니 그 땅은 견고하여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다.’(의보) 그 몸이 일체 세간에 충만하여 그 음성이 시방 국토에 널리 두루 해있다.(정보) 이것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깨달음이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우주적인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설해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서 이미 완성된 존재임을 알리는 행복의 경전이다.
삶이란, 전체에 대한 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과 한 알이 익어가는 과정이나, 어제 주문한 택배가 오늘 내 손에 와있는 일, 또 연꽃 한 송이에도 시간과 공간의 모든 인연과 우주가 다 동원되어 온 법계가 자비의 물결로 여래가 출현함을 의미한다. ‘티끌 속의 국토, 한 찰나 속의 억겁’ 모래알 하나에 드넓은 지구의 역사가 담겨있듯이, 내 안에 세상 전부가 다 들어있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화엄세상이다.
저자는 제38여래출현품을 중요하게 거론한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여래로부터 출현한 연기법이다. 무수한 현상 중의 하나인 나 자신이, 바로 온전한 여래라는 말이다. 저자가 반복하여 말한 “‘나’가 온전한 부처님”이라는 관점에서 여래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 출현한 현상인 나 그대로가 온전한 부처님이라는 놀라운 사실은 화엄경을 활짝 펼쳐 드러내 보여준다. ‘화엄경의 문장과 구절이 그대로 화엄경 부처님이다.’(의상) 이 말은 한 글자 한 글자 그 자체를 부처로 본다는 말이며, 작은 먼지에서 저 우주까지 모두 화엄경이다.
자신이 온전한 부처임을 믿는 의지, 서원을 일으키는 것이 초발심 하는 일승보살의 길이다. 십주품의 초발심주는 앞으로 펼쳐질 40개의 보살 지위의 첫 단계다. 그러나 첫 단계는 마지막 단계와 똑같다. 발심할 때의 마음이 성불의 마음이다.(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할 때에 문득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 이 초발심은 항상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에 완성이 있다.
‘화엄경을 한걸음, 한걸음 오릅니다.’(p.164) 저자의 이 말은 화엄경 한 글자 한 글자에 높고 낮음이 없어 오늘 오른 한 걸음, 오늘 읽은 한 글자가 바로 온전한 화엄경이며, 세주묘엄이며 여래출현이다. 티끌 속의 큰 경전은 이미 꺼내어졌고, 중생들은 자신이 갖춘 여래의 지혜를 이미 깨달아 마쳤다. 이것을 확신하여 이고득락, 고통을 여의고 누구나 행복의 길에 다다를 수 있도록, 삶의 길을 축복해주는 화엄경을 오래도록 사유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