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독자를 위한 금강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1
김성옥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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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원문만큼이나 간결한 핵심을 드러내 보여준다. 들고 다니기 쉽게 작은 실용적 크기로 ‘금강’과도 같은 지혜가 도착했다. 예전부터 금강경에 대해 궁금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선(禪)으로 이루어져 있고, 길지 않은데도 깊은 함축이 담겨 있다고 생각되었다. 지난 2천년 동안 무수히 많은 선사와 수행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수행의 지침서, 삶의 안내서가 되어준 금강경.


짧은 분량이지만 ‘다이아몬드 수트라’ 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보석중의 보석 같은 경전 금강경. 암호 같은 글의 나열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늘 궁금했다. 시대를 지나면서 계속적으로 해설서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신심을 주는 이 경전에 대승불교초기 붓다의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경전이라서, ‘금강경’이라고 발음하면 마음에 진동이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에서 스승과 제자의 문답 형식 속에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도 들리고, 낮게낮게 붓다의 음성이 계속 들리는, 단박에 이 자리에서 마음의 차원을 옮겨 놓게 하는 위대한 힘을 느낀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번역한 구마라습(의역)과 현장(직역)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나의 손에 오기까지 두 분의 삶도 보였다. 실크로드를 목숨을 걸고 오가며 치열한 구도의 정신 속에서 번역된 금강경이, 2천년 전에 암송에서 언어로 기록된 시대적 배경과, 기원정사 성립에서 수다타와 기타태자가 보여준 깊은 열정, 기수급고독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시를 베풀었던 아름다운 장면들도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저자는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보살정신에 대해 알려준다. 금강경은 대승의 6바라밀 수행법에서 보시가 많이 강조되었는데, 칠보를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워도 금강경 게송 하나의 법보시를 따라올 수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의 원형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은 거의 다 관념과 이름일 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의 고정된 실체는 없으며, 모든 것은 연기(緣起)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중도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세월동안 일체 존재(중생)를 제도하지만, 보살도 없고 제도 받은 중생도 없다는 붓다의 가르침이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다.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어느 한 곳에 점을 찍을 수 있을까? 갠지스 강물은 흐르고 흘러서, 아승기 모래알만큼의 불세계 미진수 중생의 마음을 다 안다고 하였다. 중생이 중생이 아니고 그 이름이 중생이기 때문이다. 부처가 부처가 아니고 그 이름이 부처이기 때문이다. 오안, 肉眼 天眼 慧眼 法眼 佛眼...모래 알갱이 하나에 갠지스가 다 담겨 있듯이, 현상의 낱낱 모든 것 안에 내재해 있는 실재의 금빛 공덕세계가 지금 이 자리에 펼쳐져 있다. 금강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이 바로 반야바라밀이라는 것을, 미소 지으며 금강경으로 더 깊은 사유를 해나가고 싶은 의지가 생겨났다.


구도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하는 수보리존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기원정사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금속성의 세상,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서 개인으로서, 또 세계시민으로서 전체의 삶에 어떻게 경전의 가르침을 실현해 나가야하는지 오래도록 사유하고 싶다. 금강경으로 안내해준 이 책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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