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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평점 :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이 책은, 7년 전 어린왕자가 사는 별로 떠나신 법정 스님의 강연, 수묵화 향기가 가득한 편지, 선시로 이루어진 책이다. 수행자나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델이었고, 귀감이 되는 분으로 남아있어서 그런지 제목이 무척 스님을 닮았다. 만난 적은 없지만, 법정 스님의 수필 한 권 쯤은 책장에 넣어두고 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강직한 성품 속에 인류에 대한 깊은 자비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법정 스님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수행자였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지금도 이 땅에 남아서 깃든 정진의 향기를 글과 그림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종교만큼 타 종교도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동시대를 함께 했던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과 교류,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편지글이 무척 인상 깊었다.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을 맞아 법정 스님이 명동 성당에서 강론한 내용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함께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은 글이다. 스님은 먼저 인간 존재의 고귀함을 강조하신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보면 삶의 가치보다는 물질과 욕망을 쫒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물질적으로 풍부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자발적인 청빈의 덕이 인류에게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따뜻한 친절, 안으로 충만해지는 만족, 단순하고 간소한 삶이야말로 본질적이고 삶의 원형임을 자각하게 해주는 글이었다.
새해를 맞아 마음속에 결심과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법정 스님은 어떤 소원을 지녔냐는 물음에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라는 한 생애의 결정체와도 같은 대답을 남겼다. 나도 법정 스님이 사리처럼 남긴 그 말을 실천해보고 싶다. 예전에 읽었던 스님의 수필 속에는 환경과 생태의 보존을 많이 강조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서도 스님은 우리가 잊고 사는 자연의 소중함과 감성을 삶으로 실천하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먹으로 쓴 글씨와 그림을 보면서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자취가 가득하여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는 독자들도 그렇게 살 수 있음을, 그리고 법정 스님의 깊은 침묵과 깊은 가르침의 삶이 펼쳐져 있어 감동이 전해져온다. 이 책은 마음에서 솟아난 책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찬사를 하고 싶은 책이다. 깊고 맑은 감동으로 다가온 법정 스님의 삶이 담긴 글과 그림이 자신을 성찰하며 자각해보는 삶으로, 내면의 행복으로 안내하는 삶의 나침반과도 같은 이 책과의 만남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법정 스님의 생애를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출판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