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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 박태원 장편소설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
박태원 지음, 장수익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평점 :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강박에 쫒겨 보통 소설 읽듯 후다닥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와 글읽기의 즐거움을 아무리 설명해도 감각시켜줄 수가 없다. 이것은 그저 몇마디 글로써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김윤식 교수가 어느 신문에 서술한 대로 [천변풍경]은 <보여주기> 소설의 전형을 이룬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독자들이 이 책에 덤벼든다고 해서 구보 박태원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 정말 볼 수 있을거 같지는 않다. 빈약한 각주가 딸린 벌거숭이 텍스트 하나로 그 시대를 넘어 작가와 그 시대의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하는 것은 소설이 나온지 70년이 다 된 지금에는 거의 불가능한 시도이다.
그럼에도 닫힌 눈을 열고 이 책을 시대의 벽을 넘어 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의 재미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적당히 시대를 이어줄 사다리가 필요하다. 넓지도 않은 다리라도 그냥 뛰어 건너가려니 시대의 개천에 빠져버리기 십상인 것이 바로 이런 근대소설이다. 이 말이 떠오른다.
Bridge over trouble water
이 책은 본문 내용만 약 400쪽이다. 이걸 '사다리' 놓는 개념으로 재구성하면 이 책의 분량만한 사다리 하나가 필요할거 같다. 그리고 나서야 독자들이 이 책을 즐겁게 산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이 책 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