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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 박태원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
박태원 지음, 장수익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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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강박에 쫒겨 보통 소설 읽듯 후다닥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와 글읽기의 즐거움을 아무리 설명해도 감각시켜줄 수가 없다. 이것은 그저 몇마디 글로써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김윤식 교수가 어느 신문에 서술한 대로 [천변풍경]은 <보여주기> 소설의 전형을 이룬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독자들이 이 책에 덤벼든다고 해서 구보 박태원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 정말 볼 수 있을거 같지는 않다.  빈약한 각주가 딸린 벌거숭이 텍스트 하나로 그 시대를 넘어 작가와 그 시대의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하는 것은 소설이 나온지 70년이 다 된 지금에는 거의 불가능한 시도이다.

그럼에도 닫힌 눈을 열고 이 책을 시대의 벽을 넘어 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의 재미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적당히 시대를 이어줄 사다리가 필요하다. 넓지도 않은 다리라도 그냥 뛰어 건너가려니 시대의 개천에 빠져버리기 십상인 것이 바로 이런 근대소설이다. 이 말이 떠오른다.

Bridge over trouble water

이 책은 본문 내용만 약 400쪽이다. 이걸 '사다리'  놓는 개념으로 재구성하면 이 책의 분량만한 사다리 하나가 필요할거 같다. 그리고 나서야 독자들이 이 책을 즐겁게 산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이 책 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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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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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무살 무렵에 읽고, 새 판을 다시 읽었을 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세월이 흘러 만 여섯 살이 체 안된 아이를 두고 있는 애비로서 이 책을 다시 읽으니 그 느낌 또 새롭다.

나의 제제에게 난 슈르르까이고 싶고, 뽀르뚜가이고 싶다.

구판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이, 아마도 재번역을 한 역자 또한 숱한 제제들을 낳고 키우고 만나면서 바스콘셀로스를  깊이 있게 이해해 갔기 때문이 아닐까.

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던 분들, 특히나 '제제'들의 아빠, 엄마들이 다시 함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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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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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몇 페이지가 좋았다. 특히 '속도'에 취해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묘사는 기가막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그 단상들을 키워낸 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느림"이라면, 이 책 대부분은 거품이다. 좋게 말하면 정서의 차이이고, 혹평을 하자면 작가의 서랍 깊숙한 자리에 원고상태로 잠이나 자고 있어야 할 글이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고작 중편 분량임에도)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무거움으로 느껴졌다. 단 한 문장도 건져낼 것이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첫페이지 1~2장은 쓸모가 있으므로 별 2개를 선사한다.

좋은 작가라고 해서 모든 책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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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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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이 한때 이런 망상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세계는 한낱 꿈으로, 어떤 신이 꾸며낸 허구로 보였다. 불만에 찬 신의 눈 앞에 피어오르는 오색 연기로 보였다.... 영원히 불완전한 세계, 영원한 모순의 그림자, 그것도 불완전한 그림자인 세계. 그것을 창조한 불완전한 창조자에게 있어서의 도취적 즐거움. 세계는 한때 그렇게 보였다. ('저편의 또다른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고통스러운 자에게는 이런 망상이 짧은 행복이나 제공했을 것이고, 이 세계 속에서 삶을 견디게 해주는 마약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저편의 또다른 세계를 꾸며내는 것은 고통과 무능력, 그리고 더없이 극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자만이 경험하는 짧은 행복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 세계'의 창안에서는 세계 창조의 활기보다는 극단적인 피로감, '제발 빨리 이 세계가 끝났으면 하는' 피로감이 느껴진다. -139쪽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자기극복'의 가르침이지 '자기보존'의 가르침이 아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기존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자기를 창조하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가르침고 통한다. 그러나 '보다 높은 인간들'의 경우엔 자신들을 죽이는 데 주저한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들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가진 것들을 내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기존의 자신에 대한 집착이 긍정에 대한 깨우침을 가록막은 셈이다.-295쪽

나는 다양한 길과 방법을 통해 나의 진리에 이르렀다. 내가 사다리 하나만으로 먼 곳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이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 나는 길을 물어가며 길을 찾으려 시도했다.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이것이 이제는 나의 길이다. 너희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 나는 내게 "길"을 묻는 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이를테면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중력의 영에 대하여')-354쪽

천상이 사라졌다면 의미의 기반은 어디가 되어야 할까? 그것은 당연히 대지이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신의 죽음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대지에 충실하라'고 가르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대지의 덕이다." 우리는 대지에 살명서도 대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대지는 "아직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길을 천 개나 가지고 있다. 천 개의 건강법, 천 개의 생명의 섬들이 있다. 그것은 무궁무진하여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다"('베푸는 덕에 대하여')
....
창조와 생셩, 이것이 '대지에 충실함'의 진정한 의미다.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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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전3권 겨레고전문학선집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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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올리는 자는 대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말로 바치는 것은 적고 바라는 것은 사치하다고 볼 수 밖에 없구나. (상권, 일산수필)-303쪽

탈은 눈에서 생겼으니 벼슬하는 자들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로 떠받들려 올라갈 때는 한 층대 반 층대가 남보다 뒤떨어질까 하여 더러는 동배를 떠밀고 앞을 다투다가도 급기야 몸이 높은 자리에 처하고 보면 겁이 나고 외롭고 위태로워 나아갈 곳은 한 자죽도 없고 물러설 자리는 천길 낭떠러지가 있을 뿐으로 어데를 더위잡았자 도움될 가망도 없고 보니 내려오려 해도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천고를 두고 통하는 이치렷다. (상권, 일산수필)-313쪽

밤에는 관에 머문 여러 역관들이 다들 내 방에 모여들어 간략하게 술자리를 벌였는데 나는 여행 중에 온통 입맛을 잃었다. 여러 사람들이 내 자리 옆에 봉해 싸 둔 보따리 속에 무엇이나 들었나 하고 흘려들 보기에 나는 곧 창대를 시켜 보따리를 풀어 샅샅이 뒤져 보게 했으나, 다른 물건은 아무것도 없고 다만 가지고 갔던 붓과 벼루/(132) 뿐이고, 부품해 보이는 것은 죄다 필담했던 초기와 유람 일기였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궁금증을 풀고는,

"아닌게 아니라 갈 적엔 아무런 행장이 없더니 돌아올 때 봇짐이 좀 크기에 이상타 했더니....." 했다. 장복이는 역시 서글프레해서는 창대를 보고,

"특별 상금은 어디 있지?"

하며, 몹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중권, 북경으로 돌아오는 도중에서)
-133쪽

청나라가 처음 창건되면서 한인들을 붙잡는 대로 반드시 머리를 깎아버렸는데 정축년(1637)에 우리나라와 강화 맹약을 할 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를 깎지 않았다. 여기는 까닭이 있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청인들이 여러 번 청 태종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를 깎는 명령을 내리도록 권고했으나, 태종은 이를 응낙하지 않고 가만히 패륵들에게 말하기를,

"조선은 본디부터 예의를 숭상하여 머리털을 머리보다 소중히 여기는데 이제 만일 억지로 사정없이 서두른다면 우리 군사가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본래대로 되돌아설 것이다. 그럴 바에야 그들의 풍속에 따라 예의로 구속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들이 만일 우리나라 풍속에 따른다면 말 타고 활쏘기가 편리할 터인 즉, 이는 우리의 이익이 아니다."

하여, 이를 중지하였다고 한다. 우리 편으로서 생각한다면 이런 다행이 없을 일이라 하지마는, 저들의 계책으로는 우리들이 문약한 습성을 그대로 두려는 것이었다. (하권, 동란섭필)
-4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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