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하자 문화 시설들이 성공적인 도시 부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상징적 건물을 보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몰렸다. 1994년 빌바오를 찾은 관광객 수는 140만 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이 숫자가 380만 명으로 늘어났다.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 수만 매년 1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분명 빌바오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한 연구 결과는 미술관 때문에 생긴 신규 일자리 수는 900개 정도에 불과하며, 미술관 프로젝트로 인해서 바스크 재정은 2억 4,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빌바오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낼 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곳이 겪은 경험이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구겐하임 같은 미술관이 하나 성공할 때, 매년 40만 명의 신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잉글랜드 셰필드에 세워진 전국 대중문화 센터처럼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실패한 곳들이 수십 곳이 생긴다. 1999년 문을 열었을 때 이 센터를 찾은 관광객 수는 예상치의 4분의 1에 불과했고, 결국 같은 해에 센터는 문을 닫았다. 독일 중동부에 있는 도시 라이프치히에도 아름다운 예술 박물관이 있지만 이 박물관이 지어진 후 숙박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안타깝게도 박물관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도시의 승리> 130쪽, 에드워드 글레이저, 해냄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설의 유치'가 선거철 공약의 단골이다. 그러한 시설들 중에서는 정부 기관, 기업, 문화 시설 등의 다양한 종류가 언급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지역에 유치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이 추가로 따라온다. 정말로 그럴까?
위 글에서는 문화 시설을 예로 들어 그것들이 실제로 창출해내는 효용이 그것들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물론 그러한 시설의 유치가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공 사례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 지역이나 그 시기의 특수한 조건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항상 따라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모방을 하면 크게 손해볼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 박지원이 자신의 글에서 언급한 '부뚜막을 줄여서 승리한 경우와 부뚜막을 늘여서 승리한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똑같은 배수진이지만, 한신이 쳤을 때는 승리했고, 신립이 쳤을 때는 패배한 이유는 무엇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