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틀리와 마찬가지로 플레이페어도 미개척 분야에 과감히 도전했다. <경제·정치지도첩> 서문에서 그는 돈이 어떻게 선으로 표시될 수 있는지 고개를 가로저을지도 모르는 독자들의 의구심에 다음과 같이 일격을 가했다.
기하학적 측정법은 돈이나 시간과 무관하다는 점을 이유로,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잘못되었다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분명 이 방법으로 시간과 돈이 표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이러한 이의를 잠재울 가장 손쉽고 간단한 방법일 것이다. 상거래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받는 돈이 모두 기니guinea(영국의 옛 화폐)이고, 매일 저녁 그가 낮 동안에 거두어들인 그 기니들을 한꺼번에 쌓아둔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각각의 무더기는 하루를 의미하고, 그 놀이는 그날 하루 동안에 받은 돈의 액수와 비례할 것이다. 이 단순한 논리로 우리는 시간, 비례 그리고 양이 물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감히 단언컨대 직선적 산술lineal arithmetic이란 대폭 축소되어 종이 위에 표시된 이 기니의 더미들과 같다. 종이 위에서는 (예를 들어) 1인치가 지도상에서 어떤 강의 폭이나 영토의 특정 넓이를 나타내듯이, 500만 기니의 부피를 나타내기도 한다.
플레이페어는 정보를 그래프 형태로 나타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데이터가 소통되는 효율성의 개선이었다. 인간 사회에서 지식이 증가하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다수 사이의 정보 전달 양식을 간편하게 만드는 일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특수층을 겨냥한 것이었다.
고위층이나 활동적인 사업가들은 일반적 개요에만 관심을 둘 뿐 일반 정보의 수준을 넘어서는 특수용법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특수한 사항들을 일일이 검토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이 이들 도표의 힘을 빌어 그러한 정보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화 혁명의 세계사> 230~232쪽, 대니얼 R. 헤드릭, 너머북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경제 동향 같은 걸 다룬 도표와 그래프는, 의외로 그 역사가 길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이 인류에게는 꽤나 새로운 개념에 속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위의 사례와 같은 경우도 있고, 정약용도 복잡한 자료문서를 도표화시켜서 정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고보면 인류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방법의 발전을 관찰한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정보라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 내용이라는 것은 단독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맥락 사이에 삽입되었을 때 비로소 정보는 제 능력을 발휘하니 말이다. 이는 인류가 집단 생활을 하면서 주고받음이 발전하면서 정보 역시 발전했을 거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정보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