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나는 허수연작가님께서 저술하시고 <보랏빛소출판사>에서 펴낸

이책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를 읽어보다가 이책의 본문에 나와

있는 윗시의 손글씨를 보고 특히더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외롭고 불완전한 느낌을

나타내고자 삐뚤빼뚤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는 직선으로 바르게 쓰셨다. 그것은 마치 견딤이 켜켜이 쌓이듯이

초연하고 담백하게 표현하셨다던데 그러하니 글이 더 살아움직이는듯

꿈틀대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이책에 실려있는 시들은 그시의 의미에 맞게 시가 표현되어

더욱 느낌이 살아났고  그시들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였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나는 또한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으로 활동중이신 도종환시인

의 명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무척 좋아한다.

 

이시를 최초로 본게 언젠가 버스정류장을 갔는데 그 버스정류장의

입식알림판에 이 시가 씌어있지않은가!

그때 이시를 읽었때의 전율은 지금도 잊지못한다...

 

근데, 이책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는

가냘프지만 꿋꿋이 서있는 느낌으로 조금 흘리면서 쓰셨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젖은듯 넓게 퍼지도록 쓰셔서

시가 생동감이 느껴지듯 살아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보랏빛소출판사>에서 펴낸 이책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에는

주옥같은 46편의 아름다운 시가 캘리그라피를 만나 새로운 예술로

탄생하였다.

 

기형도, 김남조, 김소월, 김용택, 김춘수, 도종환, 박노해,

신경림, 안도현, 유안진, 윤동주, 이정하, 이해인, 정지용,

함민복, 황지우, 릴케, 알프레드 수자...

 

이책은 내가 무척 존경하는 시인분들의 대표시들이 캘리그라피로

다시 되살아나 나에게 말을 걸고 따스한 대화를 나누는듯한 참으로

포근한 느낌의 정감가는 책이었다. 

 

그리하여 이책은 캘리그라피를 통해 명시들을 감상하고싶어하시는

분들은 물론 캘리그라피의 세계속으로 푹빠지고싶으신 분들께서도

꼭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유드리고싶다...

 

아 이책을 통해 기형도의 빈집, 김소월의 먼후일, 윤동주의 별헤는 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김용택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등을 캘리그라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넘넘 기쁘고 가슴벅찼었다...

 

지금도 기억나네...

 

알프레드 수자의 저 피끓는듯한 절규와 설레임의 목소리가...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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