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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류세’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과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서 인류가 자연과 그곳에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인류세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인류세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인류세가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내용에만 머무르는 책이 아니었고, 저자분께서 인류학과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류학 전문가라는 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다 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자연이 인간에 의해서 어떠한 영향을 받아왔는지를 고찰하고, 이를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면서 인류세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해 나가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한 현상들이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인류학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는 책이기도 한데요. 그 안의 인류학적인 시각에는 철학과도 상당히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태계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생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고 있으며, 한 달이나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그러한 멸종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만들어내며 실제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는 바로 그런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환경 문제라고 생각하는 현상들이 실제로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대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용어와 개념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알지 못했던 개념들을 하나씩 접하면서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류학에서 등장할 만한 용어로 가공 가능성, 접합 이론, 인프라 작업 등 여러 개념을 만나볼 수 있었고, 인류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옥수수 깨씨무늬병이나 칸디다 아우리스처럼 생물학적인 분야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용어들도 책을 통해 충분히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인류학과 환경, 생물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개념들을 함께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을 넓혀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 책에 대한 총평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심오하면서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았을 때 이렇게 철학적인 글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책을 읽는 내내 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환경 문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설명을 지속적으로 다루다 보니 과학적인 지식과 통찰력을 자극하고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류학이라는 하나의 학문만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 외에도 사회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들 사이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환경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물이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이미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흔한 내용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환경 관련 책들이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내용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인류가 자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문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폭넓게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개념과 용어를 만나면서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까지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