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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인문학 - 얼굴뼈로 들여다본 정체성, 욕망, 그리고 인간
이지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의 이지호 교수가 집필한, 얼굴 뼈와 그 구조를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의학 교양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20년 넘게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 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따라서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얻은 깊이 있는 임상적 통찰과 경험이 함께 담겨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얼굴 뼈와 얼굴의 형상에서 인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각도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주걱턱 이야기도 다루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합스부르크 가문은 유전적으로 주걱턱이 발달했다”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주걱턱이 발달했을 때 어떤 인상을 주는지, 그리고 해부학적·의학적으로 그 턱의 모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나아가 그 턱을 교정하거나 수술할 때 어떤 접근 방식과 절차가 필요한지까지 다각적으로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턱뼈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의학적 이야기도 다룬다. 예를 들어 전쟁 이후 외과 의사들이 안면 재건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턱뼈 손상과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학적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우리가 평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얼굴 속에 숨겨진 정교한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책의 내용은 턱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래턱뼈, 위턱뼈, 양악, 치아, 혀, 점막, 잇몸병, 신경, 옆통수, 골수염, 법의학, 얼굴 뼈 재건 도구 등 얼굴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신마취, 칫솔, 치과 드릴, 유니체어 등 치과와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에서 일반인들이 알아 두면 좋은 의학 상식과 흥미로운 교양 지식도 풍부하게 제공한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얼굴의 뼈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현대 의학이 얼굴의 기능과 구조를 어떻게 분석하고 개선하려 노력해 왔는지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대 힌두교의 사상이나 일본의 전통 풍습 속에서 드러나는 얼굴과 턱뼈에 대한 인식, 그리고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진화론적 시각까지 다층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면,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학이 얽힌 복합적인 결과물임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해부학과 의학, 과학을 넘나들며 독자에게 얼굴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 숨어 있는 방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일반 독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의학과 해부학의 깊은 매력에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의학서가 아니라, 얼굴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적·과학적 여정에 가깝다. 저자가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지식과 통찰을 아낌없이 풀어낸 덕분에, 독자는 교양서 이상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 과학과 해부학, 의학의 세계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책이며, 인간의 얼굴이라는 주제를 통해 흥미로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뜻깊은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