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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9살 제윤이가 쓴 동시집
최제윤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1월
평점 :

이 시집의 작가는 9세의 최제윤 양이다. 2012년 부산에서 출생한 작가가 9살 때 지은 시들인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지은 시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도록 생생한 묘사가 담겨 있다.
나 또한 국문학을 전공하진 않았더라도 문학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이 낮지는 않았다. 기업에서 주최한 시 짓기 행사에서 입상한 적도 있고 한창 시문학에 대해서 배우는 시기인 고등학생 시절에 현대시나 고전 시가를 짓는 것이 취미인 때가 내게도 있었다. 시를 지으려면 소재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시를 쓰려면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 어린 작가는 수많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다양한 소재에 대해 써 내려간 글을 담은 듯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주변 사물을 바라보기보다는 주로 부모님에 이끌려 시키는 것을 하고, 입혀주는 옷을 입고, 하라는 것을 하는 나이에 가까운데, 작가는 주체적으로 주변 대상을 관조하는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 있다.
p.18의 '포근한 것'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면 2행에서 '포근해'라는 표현을 아주아주, 너무너무 등의 부사어를 사용해서 병치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시의 구조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작가의 시는 중반부가 대체로 이러한 대구법을 사용해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시가 주류를 이룬다.
뒤에 이어지는 '번개 치는 밤'이라는 작품에서는 '그 번개 소리 한번 때문에, 그 번개 불빛 한줄기 때문에'라는 대구법이 사용된 구절과 '번쩍, 흠칫' 등 초등학교 2학년인 9세가 글로 표현해 구사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을 어휘들 또한 시에 담겨있다.
현재 이 정도의 시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작가의 미래가 기대된다. 역사적으로도 시를 잘 짓는 명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는 문학과 어휘 습득력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하며, 성년 이후의 작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나올지 나로서는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다양한 사물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 있고, 그 생각을 문학적인 표현과 구조로 구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천부적이다. 만약 간단한 시 짓기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시집으로 기본적인 시의 구조를 구사하는 모습을 참고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의 시집을 읽는 시간은 옛 시절, 시 짓기의 즐거움을 느끼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을 직접 내는 것은 이 어린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고,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부모님은 자녀의 큰 재능을 발굴해서 어린 시절부터 이를 발달시킬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 같아 보이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직접 쓴 시들이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며, 큰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며 성년이 되기 전에도 준비되는 시들을 통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