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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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블레즈 파스칼을 흔히 천재 수학자로 알고 있다. 실제로 ‘파스칼’이라는 이름을 붙인 수학 학원도 있을 만큼, 그의 이름은 수학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17세기에 쓰인 그의 책 팡세(Pensées)는 단순한 수학 이론서가 아닌, 파스칼의 인생과 세계관이 온전히 담겨 있는 심오한 철학 서적이다. 파스칼이 수학자였다고 해서 이 책에 복잡한 수학 공식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수학 너머의 인간 실존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책 전체에서 파스칼은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 인간이 가진 본질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는 인간을 “우주를 담아낼 수 있는 심오한 존재”로 바라보며, 인간 실존에 대한 위대한 통찰이라는 부제가 정말 잘 어울릴 만큼 철학적인 깊이를 가진 글들을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뇌, 좌절, 혼란, 의문들에 대해 명쾌하거나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들을 바라보는 사유의 방향과 관점을 제시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되뇌이게 되는 구절들이 있다. 예를 들어

  • “시간은 마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 “인간은 변덕스러운 오르간과 같다.”

  • “진정한 교양은 조용히 드러난다.”

  • “평생의 직업조차 이성이 아닌 우연으로 택해진다.”

  • “행복을 갈망하지만, 죽음과 비참함은 회피한다.”

  • “완전한 휴식은 인간에겐 고통이다.”

  • “인간은 존경받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이러한 구절들은 마치 고전의 금언처럼,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들이다. 책 전체가 인간 내면의 불안정함, 복잡함, 고귀함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심리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오하고 다양한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 이론을 나열하지 않고, 인간이 실제로 삶 속에서 겪게 되는 감정과 갈등, 내면의 흔들림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세상에 대한 오해, 좌절, 허무함, 욕망과 같은 감정들이 책의 내용과 직접 연결되며, 독자는 마치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이 책을 마주하게 된다.

삶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책을 통해 먼저 인생의 본질을 간접적으로 배우고 나서, 마치 인생 2회차를 살아가듯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 책은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팡세를 읽으며, 수많은 유명 철학자들이 남긴 명언보다도 더 깊고 유익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구절들을 통해 현재 나의 삶, 신변의 문제, 인간관계, 가족과의 문제 등을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이 모두 명언이 될 수 있는 책,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어주는 책이 바로 이 팡세였다. 이 책을 통해 파스칼이라는 인물의 깊은 지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존재론적 고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정리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

만약 세상을 관통하는 명언이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철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한 걸음 다가서고 싶다면, 파스칼의 팡세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는 경험을 꼭 한 번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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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 - 대형 로펌 변호사가 직접 알려주는
법무법인(유) 로고스 외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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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의 최가경, 박상홍, 성진원, 홍예지 변호사 네 분이 공동 집필한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라는 제목처럼, 단순한 법원의 판단 그 이상을 다루는 실질적인 가정법 분야의 현장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단순한 법률 해설서나 판례 정리가 아니라 실제 법원 밖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혼, 상속, 후견 관련 사건들에 대해 생생하게 풀어낸 상담 일지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 입장에서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책은 크게 파트 1: 이혼·친자 상담일지, 파트 2: 상속·후견 상담일지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파트에는 총 13개의 구체적인 사례와 그에 따른 쟁점들이 담겨 있다. 단순히 이론적 해설이 아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트 1에서는 재판상 이혼이 인정되는 구체적 사유, 이혼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혹은 이혼 시 반려동물의 양육권 문제 등 일상 속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룬다. 특히 결혼 전부터 키워온 반려견을 두고 부부가 갈등을 겪는 사례처럼, 법적으로는 사소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매우 큰 갈등을 초래하는 문제들도 깊이 있게 조명된다. 또한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가 위자료만 주고 이혼하자고 제안하는 경우, 이혼 사유와 위자료 청구의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짚어주는 점도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다.

책을 읽다 보면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겪고 있을 현실적인 가사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히 교과서적인 서술이 아닌,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가사 소송의 트렌드와 흐름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법학 비전공자나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며, 실용적인 지식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사건의 설명에서 끝나지 않고 각 변호사들이 직접 제공하는 ‘솔루션’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례에서는 최가경 변호사의 해결방안, 또 어떤 사례에서는 박상홍 변호사의 법적 조언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그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사례집이 아니라, 진짜 법률 전문가들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해설서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성이기에, 현재 이혼이나 상속 문제로 법적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당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1:1 가이드북’ 같은 책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당장 관련이 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생활 법률 지식 차원에서 꼭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필자 역시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매우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되었고, 독서 선택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고 밝히고 있다.





법률 상담은 일반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서 비용을 지불하며 받아야 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수많은 쟁점과 그에 대한 법률적 대응 전략을 미리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 각 사례는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점과 대응법, 그리고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함께 제공한다. 그 덕분에 단순히 읽고 넘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실제 상황에 처했을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을 마련해준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현재 가사 소송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생활 법률에 관심 있는 모든 성인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히, 복잡한 이혼이나 상속 문제에서 실제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어떤 법적 판단 기준을 세우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법률이라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지기 쉬운 분야이지만, 이 책은 그 장벽을 낮추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이 책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성인이 반드시 알아두면 좋을 실용 법률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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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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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현재 부산의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몸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하고 잘 알려진 이해인 수녀님. 그녀가 써온 수많은 시편들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며 감동을 전해왔고, 그런 그녀의 시들이 이번에는 영어 전문가에 의해 영미시 형태로 번역되어 소개된 아주 뜻깊은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한글 시집을 영어로 옮긴 번역본이 아니라, 영어 영문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영미시의 구조와 운율, 감성을 살려 이해인 수녀의 시 세계를 영어로 재구성한 작품집이다. 시는 그 작가의 삶과 감정, 기쁨과 고통, 환희와 아쉬움, 우울함까지 모두 응축된 언어 예술의 결정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시를 타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깊은 시 세계를 영어의 감성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도 원작의 정서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 깊다.

책에 실린 시들은 자연, 사랑, 고독, 기도라는 네 가지 큰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테마 속에는 다양한 개별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시편들이 포함되어 있다:

  • 겨울나무, 가을 저녁, 풀꽃의 노래, 물망초, 숲에서 쓰는 편지, 소녀들에게, 상사화, 파도의 말, 석류의 말, 찔레꽃, 진달래, 바람이여, 비 오는 날의 일기, 사르비아의 노래, 어느 조가비의 노래, 엉겅퀴의 기도, 제비꽃 연가, 눈꽃, 아가, 봄같이 꽃, 춘분 일기, 능소화 연가, 아침의 향기 등등.

이처럼 수녀님의 대표적인 시들뿐 아니라, 평소에 많이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도 영어 번역을 통해 새롭게 마주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되었다.

영어를 어느 정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더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 우리말로 쓰인 시가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한글 특유의 정서와 여백의 미가 영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옮겨지는지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영국이나 미국 시인의 작품들을 읽으며 영미시를 접하고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국내 시인이 쓴 시가 영어로 어떻게 재탄생하는지를 반대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영미시의 구조와 운율, 함축된 의미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번역된 시의 문장과 표현을 공부하다 보면, 그런 겸손함 속에서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언어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들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표현들이 많고, 등장하는 자연물과 정서적 요소들도 다양하다. 이런 다채로운 감성들이 영어로 옮겨질 때 어떤 표현 방식이 쓰이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꽃’이나 ‘아가’, ‘상사화’, ‘바람’ 같은 단어와 정서가 영어에서는 어떤 시적 이미지로 번역되고 전달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일 자체가 곧 문학적 체험이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영어 학습의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한글 원문과 번역본을 비교하며 해석하고 표현 방식의 차이를 느끼다 보면, 언어를 공부하는 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문장 구조, 시적 어휘, 은유 표현 등을 비교 분석해 보면 언어 감각을 훨씬 풍부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을 넘어서, 이해인 수녀님의 따뜻한 감성과 영적인 메시지를 다른 언어로도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귀한 창구 역할을 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영어로 되새기며, 동시에 영어의 시적 감성과 표현 기법도 함께 익혀볼 수 있는 이 책은, 시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매우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눈꽃, 아가”라는 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맑고 순수한 정서처럼, 이 책은 마음의 여백을 채워주는 시와 더불어 영어 공부에의 동기까지도 함께 선물해 주는, 그야말로 감성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시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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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비밀을 지키는 과학 - 고전 암호부터 양자 암호까지, 일상의 보안을 지키는 핵심 원리
파노스 루리다스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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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고전 암호부터 양자 암호까지 일상의 보안을 지키는 핵심 원리"라는 다소 알쏭달쏭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겉표지를 보면 빛이 반사될 때마다 알록달록하면서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미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미로는 마치 복잡한 암호처럼 보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이 책이 담고 있을 신비로운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암호와 미로, 보안이라는 주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 책은 일상 속 보안의 원리부터 시작해 고전 암호는 물론, 현대의 첨단 암호 기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파노스 루리다스 교수로, 그는 아테네 경제경영대학교의 경영과학기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소프트웨어 공학, 알고리즘 응용, 응용 암호 기법, 그리고 응용 기계 학습 등으로, 실용성과 이론을 모두 갖춘 암호학 전문가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니만큼 이 책은 암호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것을 해독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아주 체계적으로, 그리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흔히 ‘암호학기’라고 불리는 전문 분야에 대해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은 단순한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암호의 역사를 비롯해 암호란 과연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암호는 단순한 비밀의 코드가 아니라, 인류가 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진화시켜온 정보 보안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고전 암호문과 현대 암호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만약 암호 해독이나 퍼즐 풀기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은 스도쿠보다도 몇 배는 더 큰 지적 희열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이 책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암호의 원리와 사례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유명한 에니그마에 대한 설명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며, 암호의 작동 원리, 보안 기술의 철학과 수학적 기반까지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케르크호프스의 원리, 혼돈 이론, 블록 암호 구조, S-박스, 정수론을 기반으로 한 암호 설계 방식, 초기화 벡터, 전자 코드북 모드, 스트림 암호, 난스(nonce), 진본성 검증 방식, 암호문 공격 기법 등등, 이 책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암호학의 전문 용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어, 암호학이라는 학문의 깊이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책 안에는 수학적인 내용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암호를 직접 수학 문제처럼 풀어야 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 정도의 개념만 갖고 있다면 크게 부담 없이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암호학이 수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한 학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그런 이론적 배경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잘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수학에 자신 없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책의 구성 방식도 흥미로웠다. 줄글로만 구성된 평범한 텍스트 위주의 책이 아니라, 거의 매 페이지마다 그래프나 암호문, 도표 같은 시각적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아, 이런 형태의 암호도 존재하는구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마치 자료 해석 문제를 푸는 듯한 즐거움과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시각적 구성은 암호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단순한 독서 그 이상의 지적 자극을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이런 암호들의 수학적 원리와 작동 방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중간중간 "내 두뇌가 조금씩 똑똑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독자의 지적 자극과 성장을 유도하는 책이라는 인상도 강하게 받았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지능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일반 교양서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결론적으로, 암호학이라는 생소하지만 중요한 분야에 대해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독자들도 꼭 한 번쯤 접해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보안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암호학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암호의 역사와 원리, 진화 과정까지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암호학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충분히 흥미롭고도 유익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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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 부의 한계를 넘어선 슈퍼리치 본격 탐구서
귀도 알파니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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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진짜 극한의 부를 쌓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그렇게까지 돈을 모았을까? 우리는 그들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 역시 마찬가지로, 정말 ‘슈퍼리치’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는지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때로는 그 극심한 어려움 때문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하는 이 세상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자산을 갖추어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이들이 과연 어떻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위에까지 오르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밀라노 보코니대학교 경제사 전임 교수인 귀도 알파니 쓴 책이다. 그는 경제 불평등, 사회 이동성과 관련한 연구를 해온 인물로, 편집위원이자 연구소 자문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니만큼 단순한 돈 버는 법을 넘어선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세 개의 대단원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소수의 손에 쥐어진 부’, ‘부자가 되는 길’, 그리고 ‘부자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내용이 펼쳐진다.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부의 집중 현상, 부자들의 규모와 특성, 부자가 되는 데 있어 어떤 지름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초부유층이 직면하는 딜레마는 무엇인지, 나아가 그들이 정치 및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이 세상의 슈퍼리치들에 대한 통합 연구가 응축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단순히 2025년 현재의 인물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 속의 부자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에서 과거에는 어떤 이들이 자본을 축적했고, 어떻게 그 자산을 불려왔는지를 통해 지금의 슈퍼리치들이 어떤 기반 위에서 성장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경제사 교수의 저작답게 서양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자들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서 역사적 관점에서의 통찰과 교양을 함께 얻게 되는 책이었다. 단순히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그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게 해주는 수준 높은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은 100만 장자 혹은 신흥 부자들이 소속되어 있던 가문에 대한 분석도 굉장히 상세하다. 어떤 가문이 어떤 사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어 결국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16세기와 17세기 초의 유럽에는 바르디 가문, 페루치 가문, 푸거 가문 같은 금융 명가들이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유럽의 부를 지배했는지를 설명하면서, 18세기와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 재벌들로 이어지는 부의 계보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서양의 경제사와 부의 축적 과정을 함께 읽어갈 수 있는 방식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얕은 자기계발서들과는 전혀 다르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법 모음집처럼 얄팍한 조언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학적·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진짜 ‘부자’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자리에 이르렀는지를 진지하게 조망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사회의 구조와 계층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교양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은 대부분 현재의 인물들에 한정되지만, 이 책은 그런 시선을 넘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부의 흐름과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부러움의 대상으로서의 부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가 사회 전반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우리 사회가 왜 특정한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는지까지를 함께 생각해보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단지 당장의 실천 방안이 아닌, 역사와 구조, 사회를 꿰뚫는 시야와 통찰을 먼저 갖추라고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단순히 부자에 대한 호기심 이상의 것을 얻었고,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의 역사와 권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그 어떤 실용서보다도 훨씬 깊이 있는 독서가 되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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