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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비밀을 지키는 과학 - 고전 암호부터 양자 암호까지, 일상의 보안을 지키는 핵심 원리
파노스 루리다스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고전 암호부터 양자 암호까지 일상의 보안을 지키는 핵심 원리"라는 다소 알쏭달쏭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겉표지를 보면 빛이 반사될 때마다 알록달록하면서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미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미로는 마치 복잡한 암호처럼 보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이 책이 담고 있을 신비로운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암호와 미로, 보안이라는 주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 책은 일상 속 보안의 원리부터 시작해 고전 암호는 물론, 현대의 첨단 암호 기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파노스 루리다스 교수로, 그는 아테네 경제경영대학교의 경영과학기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소프트웨어 공학, 알고리즘 응용, 응용 암호 기법, 그리고 응용 기계 학습 등으로, 실용성과 이론을 모두 갖춘 암호학 전문가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니만큼 이 책은 암호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것을 해독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아주 체계적으로, 그리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흔히 ‘암호학기’라고 불리는 전문 분야에 대해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은 단순한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암호의 역사를 비롯해 암호란 과연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암호는 단순한 비밀의 코드가 아니라, 인류가 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진화시켜온 정보 보안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고전 암호문과 현대 암호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만약 암호 해독이나 퍼즐 풀기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은 스도쿠보다도 몇 배는 더 큰 지적 희열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이 책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암호의 원리와 사례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유명한 에니그마에 대한 설명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며, 암호의 작동 원리, 보안 기술의 철학과 수학적 기반까지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케르크호프스의 원리, 혼돈 이론, 블록 암호 구조, S-박스, 정수론을 기반으로 한 암호 설계 방식, 초기화 벡터, 전자 코드북 모드, 스트림 암호, 난스(nonce), 진본성 검증 방식, 암호문 공격 기법 등등, 이 책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듣기 어려운 암호학의 전문 용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어, 암호학이라는 학문의 깊이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책 안에는 수학적인 내용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암호를 직접 수학 문제처럼 풀어야 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 정도의 개념만 갖고 있다면 크게 부담 없이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암호학이 수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한 학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그런 이론적 배경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잘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수학에 자신 없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책의 구성 방식도 흥미로웠다. 줄글로만 구성된 평범한 텍스트 위주의 책이 아니라, 거의 매 페이지마다 그래프나 암호문, 도표 같은 시각적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아, 이런 형태의 암호도 존재하는구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마치 자료 해석 문제를 푸는 듯한 즐거움과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시각적 구성은 암호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단순한 독서 그 이상의 지적 자극을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이런 암호들의 수학적 원리와 작동 방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중간중간 "내 두뇌가 조금씩 똑똑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독자의 지적 자극과 성장을 유도하는 책이라는 인상도 강하게 받았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지능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일반 교양서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결론적으로, 암호학이라는 생소하지만 중요한 분야에 대해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독자들도 꼭 한 번쯤 접해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보안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암호학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암호의 역사와 원리, 진화 과정까지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암호학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충분히 흥미롭고도 유익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