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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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블레즈 파스칼을 흔히 천재 수학자로 알고 있다. 실제로 ‘파스칼’이라는 이름을 붙인 수학 학원도 있을 만큼, 그의 이름은 수학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17세기에 쓰인 그의 책 팡세(Pensées)는 단순한 수학 이론서가 아닌, 파스칼의 인생과 세계관이 온전히 담겨 있는 심오한 철학 서적이다. 파스칼이 수학자였다고 해서 이 책에 복잡한 수학 공식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수학 너머의 인간 실존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책 전체에서 파스칼은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 인간이 가진 본질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는 인간을 “우주를 담아낼 수 있는 심오한 존재”로 바라보며, 인간 실존에 대한 위대한 통찰이라는 부제가 정말 잘 어울릴 만큼 철학적인 깊이를 가진 글들을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뇌, 좌절, 혼란, 의문들에 대해 명쾌하거나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들을 바라보는 사유의 방향과 관점을 제시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되뇌이게 되는 구절들이 있다. 예를 들어

  • “시간은 마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 “인간은 변덕스러운 오르간과 같다.”

  • “진정한 교양은 조용히 드러난다.”

  • “평생의 직업조차 이성이 아닌 우연으로 택해진다.”

  • “행복을 갈망하지만, 죽음과 비참함은 회피한다.”

  • “완전한 휴식은 인간에겐 고통이다.”

  • “인간은 존경받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이러한 구절들은 마치 고전의 금언처럼,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들이다. 책 전체가 인간 내면의 불안정함, 복잡함, 고귀함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심리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오하고 다양한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 이론을 나열하지 않고, 인간이 실제로 삶 속에서 겪게 되는 감정과 갈등, 내면의 흔들림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세상에 대한 오해, 좌절, 허무함, 욕망과 같은 감정들이 책의 내용과 직접 연결되며, 독자는 마치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이 책을 마주하게 된다.

삶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책을 통해 먼저 인생의 본질을 간접적으로 배우고 나서, 마치 인생 2회차를 살아가듯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 책은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팡세를 읽으며, 수많은 유명 철학자들이 남긴 명언보다도 더 깊고 유익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구절들을 통해 현재 나의 삶, 신변의 문제, 인간관계, 가족과의 문제 등을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이 모두 명언이 될 수 있는 책,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어주는 책이 바로 이 팡세였다. 이 책을 통해 파스칼이라는 인물의 깊은 지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존재론적 고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정리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

만약 세상을 관통하는 명언이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철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한 걸음 다가서고 싶다면, 파스칼의 팡세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는 경험을 꼭 한 번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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