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숨은 경제학 -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
박정희 지음 / 더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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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문학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경제학이라는 주제는 우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와 경제학에 관한 책들은 이미 시중에 굉장히 많이 나와 있고, 우리가 대학에서 배우거나 혹은 고등학교 경제 과목에서 접할 수 있는 수요와 공급 곡선, 대체재와 보완재, 소비와 생산 같은 비교적 정형화된 개념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기존의 경제학 교양서들과는 달리, 문학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해석하고 풀어내는 굉장히 신박한 콘셉트의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속에서 등장하는 유한한 자원과 무한한 욕망의 충돌,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산자의 열정과 그 한계, 『돈키호테』에 담긴 탄력성과 감정의 경제학,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생산의 네 가지 축과 정당한 보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농장』을 통해서는 전통적 계획경제, 시장경제, 그리고 혼합경제 체제가 가진 다양한 얼굴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세일즈맨의 죽음』, 『분노의 포도』, 『위대한 개츠비』, 『레 미제라블』,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 수많은 고전 문학 작품들이 경제학적 시선으로 재해석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를 전공한 영문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접했던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여러 번 읽었던 작품들이지만, 그 안에서 경제와 경제학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새로운 개념을 캐치해 가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누구보다도 흥미롭게 다가왔던 책이었습니다. 특히 책 곳곳에 포함되어 있는 이미지와 시각 자료들을 함께 보며 읽다 보니, 단순히 텍스트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몰입감 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그 작품이 가진 서사 구조나 문학적 기법, 혹은 작품의 주제 의식과 상징성에만 집중해서 공부했었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경제적 의미나 사회 구조까지 깊이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작품들을 바라보니, 문학 작품 속에는 이미 경제학적 개념과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이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서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읽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작품에서는 GDP와 성장 중심 사회가 개인의 삶에 어떤 압박을 가하는지에 대한 경제적 해석을 만나볼 수 있었고,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서는 경제가 무너질 때 인간과 가족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붕괴되는지를 조드 가족의 여정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조드 가족이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면서 겪는 비극을 그린 소설인데, 이 책에서는 당시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악화되었고, 그 경제적 위기가 한 가족의 삶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 혹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설정들이 사실은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이를 경제 전문가의 시선으로 분석하면 전혀 다른 설명과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학과 경제학이라는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경제 교양서가 아니라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는 교양서라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원화여고에서 20년 동안 경제, 정치, 법, 사회문화를 가르쳐 온 박정희 선생님께서 집필한 책으로, 경제와 사회의 개념을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구성되어 있어, 경제에 대한 진입 장벽을 상당히 낮춰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경제학 박사 김형규 교수님과 경북대학교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이신 경제학 박사 송상윤 교수님께서 추천한 책이라는 점에서도 이 책의 신뢰도와 학문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들과 비교했을 때, 문학 작품이라는 친숙한 이야기 속에서 경제학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은 굉장히 새로운 유형의 경제서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익숙한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주고, 경제학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딱딱한 이론이 아닌 이야기 중심의 접근을 통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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