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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왕관 - 유럽 왕실을 뒤흔든 병의 연대기
여지현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유럽 왕실에서 근친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어떤 유전병들이 발병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유전병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쳤던 유럽 왕실 전반의 질병들에 대해 폭넓게 알아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센병, 통풍, 근친혼으로 인한 주걱턱, 러시아 왕실의 혈우병, 편집증과 같은 정신 질환, 헨리 6세의 정신 착란, 그리고 호환마마라 불렸던 천연두, 중세의 악마로 불린 흑사병, 튜더 왕가의 발한병 등 다양한 질병들이 등장합니다. 지금 언급한 질병들은 이 책에 수록된 내용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이 외에도 수많은 유럽 왕가들이 실제로 겪었던 다양한 질병들을 매우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역사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흐름을 상당히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세계사에 대해 평소 궁금해하던 여러 가지 의문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 세계사와 의학사가 어떻게 맞물려 흘러왔는지를 왕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부분은 흑사병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흑사병이라는 질병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는지, 어떤 박테리아가 원인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며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이르기까지, 질병의 이동 경로와 확산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질병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변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은 왕가들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되었고, 전 세계 각지의 왕가들이 겪었던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실체를 비교적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의학과 관련된 책이면서 동시에 세계사를 중심으로 의학과 왕가의 역사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왕가의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인 주걱턱과 관련해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와 함께 책 곳곳에는 각 왕가 인물들의 초상화와 서양화, 다양한 삽화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글을 읽는 중간중간에 시각적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요소들이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유전병이라고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인 문제만을 떠올렸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와 정신 질환 역시 왕가들이 겪었던 중요한 고통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자체가 이 책이 주는 지적 확장과 만족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주걱턱은 이전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처음 접하게 된 급성 포르피린증과 같은 질병들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이미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처음 접하는 질병과 이야기들을 함께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큰 독서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왕가의 비밀이나 질병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정치적 선택, 그리고 질병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함께 조망하고 있습니다. 특정 왕가 하나만을 깊이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다양한 왕가들이 겪었던 질병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왕가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이번 기회에 세계사의 큰 흐름을 질병이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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