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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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번 책은 작가의 데뷔작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소설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영화로도 개봉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가의 새로운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신감각 호러 체험’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기존의 공포소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공포를 선보입니다. 단순히 귀신이 등장해 공포를 조성하는 고전적 형식이 아니라,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묘사와 리얼리티 있는 설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경험하도록 이끕니다.

책의 맨 앞부분에는 소설 속에서 독자가 만나게 될 배경 이미지가 컬러 사진으로 5장가량 실려 있는데, 이 사진들을 먼저 보고 본문을 읽기 시작하니 몰입감이 훨씬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실제로 많은 유튜버들이 흉가·폐가·폐교 등을 찾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오컬트 양키 채널의 짱이케가 새벽 1시에 일본의 한 산에 도착해 등산로를 따라가며 촬영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소설을 읽고 있음에도 마치 실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과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등장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가 흘러나오고, 상황·공간·사건의 세부 묘사가 매우 치밀하고 생생하게 구성되어 있어, 소설임에도 영상처럼 머릿속에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경험이네요 :)

특히 제2장 ‘천국 병원’에서는 병실 입구의 소독약 냄새, 리놀륨 바닥, 끼익거리는 소리 등 분위기를 단번에 압도하는 장치들이 나타나 독자가 마치 실제 그 장소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독자는 사건 현장 한가운데 서 있거나, 혹은 방송인이 위험한 장소를 방문해 촬영하는 유튜브 영상을 직접 시청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프리랜서 유튜버들에 관한 내용도 다수 등장하는데, 요즘 실제로 유튜브 수익으로 전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적 배경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공포 장르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직업군과 현대적 소재와 결합된 형태로 표현되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겠지만, 책 전체를 읽는 동안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호러 체험을 하게 되었던 작품입니다. 역시 “호러 소설은 일본이 원조다”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의 세스지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네요!!

이 작가의 책 중 <입에 대한 앙케트>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전작 긴키와 이번 책 성지순례를 읽고 나니 앙케트까지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고 싶은 개인적 버킷리스트에 올라간 작품이기도 합니다. 책의 디자인, 내용 구성, 표현 방식 중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긴박감 넘치고 완성도 높은 호러·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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