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플레이션의 습격 - 급변하는 돈의 가치 속에서 부를 지켜라
마크 블라이스.니콜로 프라카롤리 지음, 서정아 옮김, 신동준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제목만 보면 단순히 인플레이션(Inflation) 현상에 대해서만 다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세계 경제 전반의 구조와 돈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거시경제서이다. 이 책은 정치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마크 블라이스 교수의 저서로, 세계 경제를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국제경제학 석좌교수이자 로즈 국제경제금융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그의 깊은 학문적 통찰을 바탕으로, 경제학과 정치학을 긴밀히 엮어 현대 세계의 복잡한 경제 구조를 설명한다. 단순한 경제 이론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자본 이동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내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그래프와 도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제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독자는 단순히 글로 개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경제학’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정치학적 요소와 경제적 분석을 동시에 다루는 서술 방식은 이 책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경제는 단순한 숫자나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과 사회적 결정이 경제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게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경제를 분절된 주제들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처럼 다룬다는 점이다. 저자는 노동시장, 토지 개혁, 세계 무역의 불균형, 통화정책과 물가,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장기적 영향까지 내용에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 경제는 여러 나라의 독립된 경제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개별적인 나라에 한정해서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함께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걸 알 수 있다.
2025년 현대 경제의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1970년대 독일의 경제 위기, 아르헨티나의 금융 불안, 뉴질랜드의 물가 안정 정책 등 역사적 사례를 결합한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 비교적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 속에서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반복되고 진화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토지 개혁, 노동 시장의 변화, 금융 구조의 재편, 그리고 국가별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을 비교하면서 각 나라가 처한 경제적 상황과 그에 따른 정책 결정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독자는 마치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듯이, 각국의 경제 시스템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탐색할 수 있다.


이 책의 표지는 미국의 100달러 지폐가 불타는 듯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상징적으로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내용을 담은 실질적인 표지가 아닐까? 실제로 책의 내용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가 여러 국가의 정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투자나 금융 실무에만 치중하지 않고, 경제의 근본적 구조를 이해하게 하는 깊이다. 상업적 목적의 경제서가 아니라, ‘경제학의 본질’을 다루는 학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저서로, 경제학의 뿌리를 배우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하다. 단순히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돈이 왜,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통찰적으로 보여준다.
후반부에 소개하는 이 책의 방대한 인용 문헌과 참고 자료 목록은 저자의 연구 깊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수많은 학술 논문과 데이터, 역사적 사례를 기반으로 논지를 전개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경제학적 사고의 깊이를 확장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 역사와 통화, 인플레이션과 사회 구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아, 이런 구조로 돈이 움직이는구나” 하고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 시사와 국제 정세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혹은 세계의 흐름을 더 넓은 관점에서 보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정치와 경제, 과거와 현재, 국가와 시장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여 세계 경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