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는 요즘 최고의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궤도님이 추천한 책으로, 빈공과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쓴 작품이다.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니라, 실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짜 양자물리학 박사가 쓴 전문서이면서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공식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강조한다. “이 책에는 어떤 공식도, 미리 알아야 할 수학 지식도 없다.” 즉, 이 책은 독자가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한 교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개념 그 자체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독자가 수식을 외우거나 계산을 배우는 대신, 양자 물리학이라는 세계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이해하도록 이끈다. 마치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과학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
나는 원래 양자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개념들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되며, ‘양자 물리학’이라는 추상적인 영역이 조금은 손에 잡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통 ‘양자 물리학’ 하면 어렵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두려움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어렵지 않다”는 확신이 목차부터 느껴진다. ‘양자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 ‘양자 얽힘과 순간 이동’, ‘현대 과학과 양자의 접점’ 등과 같은 주제는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를 느끼게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양자 물리학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한 과학자의 명언이 떠오른다, 그 영역의 본질적인 불가해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해할 수 없더라도 느낄 수 있다”라는 접근으로 방향을 바꾼다. 양자 세계의 신비로움과 논리 밖의 현상들을 ‘느끼며 배우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개념서가 아니라 ‘양자 물리학을 통한 창의적 사고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양자 이론을 과학적 사실에만 가둬두지 않고, 이를 예술, 철학, 영화적 상상력과 연결하여 흥미로운 사고 실험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영화 『스타트렉』이나 ‘양자 순간 이동’ 개념이나, 광자의 움직임, 양자 폭탄, 양자 지우개 실험 같은 개념을 저자는 대중문화 속 장면과 함께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복잡한 물리학 개념을 일상적인 이미지와 연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이론적인 부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존 스튜어트 벨 등 위대한 과학자들의 생애와 업적도 함께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는 양자 물리학이 현재의 형태를 이루기까지의 역사적 맥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양자 역학의 철학적 배경부터 과학사적 발전의 흐름까지 폭넓게 조망하며, 이론과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내는 점이 돋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광자란 무엇인가, 파동의 움직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양자와 고전 물리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 물리학의 핵심 개념들이 저자의 서술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수학적 식 없이도, 그 개념의 본질을 이미지와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설명력이 매우 탁월하다.
양자 물리학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낸 보기 드문 과학 교양서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자 세계의 신비로움을 탐구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책, 과학이 어려워서 멀리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지적 흥미를 일깨워주는 입문서가 되어 준다. 양자 물리학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고 싶거나, 영화 속 상상력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과학적 깊이와 감성적 통찰을 동시에 선사하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