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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천국에 가다 1
수사반장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게 되는 질문이며, 이러한 죽음에 관한 책과 이야기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웹툰은 사람의 죽음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고철수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만난 존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저승사자가 아닌, 천국 사자였다. 그렇게 그는 이승을 떠나 명계(冥界)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여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은 201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 수상작 <김철수 씨 이야기>의 작가 수사반장의 신작으로, 제목은 <죽어 천국에 가다> 1편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람이 죽은 뒤 어떤 일이 펼쳐질까에 대한 상상은 각자 다르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기독교식 천국과 지옥을 떠올리거나, 불교적 윤회와 내세관을 생각하겠지만, 이 작품은 종교적 해석을 넘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인간적인 상상으로 그린 이야기’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초월한 사후 세계의 상상을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죽음을 철학적으로 사유할 여지를 제공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토속 민속신앙과 불교적인 저승관념이 작품 안에 녹아 있으며, 영화 <신과 함께>의 저승 세계관과 유사한 점도 발견된다. 즉, 죽음 이후의 세계를 동양적 정서로 해석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중에서는 고철수가 죽은 뒤 겪는 일들뿐 아니라,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삼촌과의 추억, 어머니가 닭을 잡아주던 장면 등—이 교차하며 등장한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점 전환은 독자에게 단순한 사후 세계 이야기 이상의 감정적 깊이와 여운을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 결과, 독자는 죽음 이후의 삶만이 아니라, 죽기 전의 삶과 그 기억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된다.


이 작품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흔한 표현을 넘어, 죽은 자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은 독자마저 울컥하게 만드는 감정선을 담고 있다. 그림체 또한 친근하고 부드러우며, 페이지 수는 3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1권이지만, 하나의 완결된 작품처럼 전반적인 분위기와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책 속에 ‘천국 사자 영업 판매원’이 남긴 작은 명함이 실제로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명함은 현실의 명함과 동일한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내용은 ‘죽음 이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세일즈맨의 명함’이다. 이 장치는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또 다른 인상을 남기며, 작품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내용 전반은 흥미로우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들은 담담한 감동과 뭉클함을 전한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삶과 죽음, 기억과 이별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죽어 천국에 가다 1권>은 단순한 판타지나 사후 세계물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웹툰이라 할 수 있다. 그 여운이 길게 남는 만큼, 앞으로 나올 2권의 전개 역시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