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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사어가 되었지만 사실상 모든 언어의 뿌리이자, 많은 언어들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든 언어의 어머니라고 불릴 수 있는 라틴어에 대해서 뜻깊은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일본의 라틴어 연구자이자, 라틴어와 고전 그리스어를 연구하는 도쿄 고전학사의 연구원인 라티나 씨가 쓴 바로 이 책은, 그녀의 첫 저서 『세상은 라틴어로 가득하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에는 광고,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사용되는 라틴어 문구의 작성·번역·감수 업무도 수행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라틴어 전문가이다.
만화가이자 수필가이며 일본 여대 특별 초빙 교수인 야마자키 마리, 그리고 저자인 라티나 씨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흘러가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단편들을 담고 있으며, 뻔하지 않은 위로가 필요할 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하고 싶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 등등의 순간을 주제로 총 7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독자가 삶의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각 장에 등장하는 라틴어 문장들’이라는 코너가 있다. 여기서는 각 장에 등장하는 모든 라틴어 표현들이 약 10개 정도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을 먼저 읽어보면 뒤이어 나오는 라티나 씨와 야마자키 마리의 대화 속에서 해당 문장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화에서는 라틴어 표현의 상황적 의미와 뉘앙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철학적 맥락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서, 단순히 겉멋으로 배우는 라틴어가 아니라 진짜 전문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을 접할 수 있다.


라틴어는 사어이지만, 모든 언어의 뿌리가 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 존재감이 결코 사라지지 않은 신비로운 언어이다. 이 책을 통해 라틴어의 구절들과 관련된 교양적이고 역사적인 지식을 함께 읽으면서,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교양과 마음의 평화까지 얻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주말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깔끔하고 우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여유로운 독서의 기쁨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Aequam memento rebus in arduis servare mentem (고난 속에서도 평점심을 잃지 말라)' 라는 글귀는 내가 이 책에서 찾은 황금같은 라틴어 인생 문장이었다.
또한 각 상황에 맞는 유용한 라틴어 문장들과 격언들이 등장하며, 그 문장들을 누가 말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생겨났는지, 그 인물의 삶과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설명해 준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문장”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의 어원, 표현의 뿌리, 인물의 철학적 의도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언어학적 통찰과 역사적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서적이었다. 각 상황에 맞는 자신의 인생 문장을 찾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언어의 근원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