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꿈꾸는가 - 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를 묻다
제임스 보일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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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듀크 대학교 로스쿨의 법학 석좌 교수이자 퍼블릭 도메인 연구소의 설립자제임스 보일(James Boyle) 교수가 쓴 작품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전개 방향과 사회적·철학적 파급력을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단순한 기술 해설서가 아니라, AI라는 문명의 흐름이 인류의 가치, 제도, 존재 방식 자체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유와 예언적 통찰을 담고 있어, 마치 21세기를 향한 예언서처럼 읽힌다.

책의 핵심은 2부의 ‘인공지능’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는 AI 기술이 단순히 계산 능력이나 자동화의 범위를 넘어서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의 특이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면밀히 조명한다. 저자는 이 특이점이란 개념이 인간 지성을 초월하는 순간, 즉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능력과 창의력을 능가하는 시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특이점’을 막연히 반복적으로 언급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뜻하며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는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보일 교수는 이러한 대중적 오해를 바로잡고, 특이점의 본질을 철학적·법학적·공학적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해석하며 독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깊은 이해의 기회를 제공한다.

책에서는 과거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예시로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이세돌 9단과 대결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그리고 그 이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의 발전사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언급한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지닌 직관적 사고와 컴퓨터의 연산 능력(CPU, 알고리즘의 자기 학습 구조)이 맞붙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알파고가 인류를 상대로 승리한 순간은 단순한 게임의 승패를 넘어, AI가 인간의 논리 구조를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존재로 진입한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단순한 과학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 인식 체계를 바꾸는 사건이라고 본다. 즉,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사유의 주체이자 창조의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AI와 함께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인가?”, “AI가 인간의 법과 도덕, 생명에 대한 관념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인공지능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진다. 보일 교수는 AI가 단순히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유와 감정, 창의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이 언어와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를 통해 자기 스스로 ‘의식적 판단’에 가까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산업 혁명을 이끄는 기술이 아니라, ‘인류 존재론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존재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결합을 언급하며, 이를 고대 신화 속의 키메라에 비유하는 대목이다. 인공지능이 생물학적 영역에까지 진입해, DNA 편집·의학·신경과학 등에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융합은 단순히 의학적 혁신을 넘어, ‘자연적 생명’과 ‘인공적 생명’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점을 암시한다. 저자는 그때 인류가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와 존재론적 혼란을 경고하며, 독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철학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책의 전반에는 수많은 주석과 인용문, 그리고 법학·철학·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참고 문헌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제임스 보일 교수의 폭넓은 학문적 배경과 지식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기술 낙관주의나 종말론적 공포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AI의 발전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기술서와 철학서, 예언서가 동시에 공존하는 작품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단순히 AI의 발전사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사회의 구조,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생명과 지성의 경계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따라서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법학·철학·윤리학을 공부하는 독자들에게도 필독서라 할 수 있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그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재정립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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