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이후의 질서 - 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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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2025년 파이낸셜 타임스 주목 도서, 그리고 연준 전 의장 벤 버냉키가 강력 추천한 화제의 경제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국제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로, 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시경제학자이자 국제금융 전문가다. 그의 칼럼은 무려 40여 개국에서 6개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될 만큼 전 세계 경제 담론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학계에서 석학 중의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이론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와 패권의 본질, 그리고 달러 중심의 국제 질서가 어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가를 치밀하게 해석한 통찰서다. 저자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위상이 전 세계 정치·경제에 어떤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책의 목차를 보면 1부부터 6부까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마다 달러 패권의 역사·현황·미래가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1부에서는 달러의 압도적인 힘과 그 배경이 된 기축통화 시스템의 본질을 다룬다. 세계 경제가 왜 달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이 어떤 ‘통화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세계 금융의 안정과 위기에 어떤 양면성을 가져왔는지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특히 중국의 도전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패권 경쟁 구도를 다룬다. 과거에는 소련, 일본, 그리고 유럽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미국 달러에 도전했지만, 지금은 중국 위안화의 부상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수출 성장과 그에 따른 외환보유고의 확충, 그리고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신개념 통화전략을 통해 중국이 ‘제2의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 속에서 과연 어떤 상황과 국면으로 흘러갈지를 짚는다.

또한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이 어떤 방어적 전략을 펼칠지, 그리고 양국 간의 경제 패권 전쟁이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을 미칠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부분은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가장 핵심적인 챕터라 할 수 있다. 3부에서는 고정환율제와 초인플레이션이라는 역사적 경제 실험을 다루며, 각국이 달러 패권 체제 속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4부에서는 세계 통화의 개념, 암호화폐의 등장 등 ‘돈의 미래’를 집중 조명한다. 암호화폐가 과연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세계 금융 질서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해진다.

5부에서는 통화 패권이 주는 혜택과 특권에 대해 다룬다. 패권국이 누리는 막대한 이익, 즉 ‘달러 프리미엄’의 존재를 밝히고, 그 뒤에 숨은 불평등한 구조를 지적한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자국 경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수출·투자·부채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마지막 6부에서는 달러 패권의 정점과 그 이후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저자는 달러의 지위가 단기간 내에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다극화된 금융 질서 속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필연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달러 패권은 여전히 강력하되, 중국·유럽 등 전세계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제시하며 현실을 해석하는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학자로서의 엄밀한 분석력과 더불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관적인 통찰을 곁들인다. 경제학의 개념을 설명할 때마다 “이 현상에 대해 나는 이렇게 본다”는 식의 개인적 평가와 논리적 주석을 붙이기 때문에, 독자는 마치 교수님과 식사를 하며 생생한 개인 의견을 곁들인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저자는 경제학을 단순히 숫자나 통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 국가의 전략, 정치의 논리와 결합된 ‘거대한 힘의 게임’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경제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사를 이해하는 깊이가 함께 성장한다.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명확하다. 달러 패권은 단순한 화폐 문제가 아니라, 세계 권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은 달러를 통해 유지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하려는 여러 국가들의 시도는 단순한 환율 전쟁이 아닌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의 전조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경제서가 아니라 세계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인문·정치·경제 융합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경제학적 통찰뿐 아니라 세계 패권의 작동 원리, 그리고 미래의 돈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야를 얻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제 흐름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는 지적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돈을 주고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귀중한 강의와 같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 투자자, 그리고 세계 정세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 경제의 교과서이자 통찰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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