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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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질병들이 많다. 이번에 사람과나무사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은 그런 질병들 중에서도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10가지 전염병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기존의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식물, 약, 커피, 화학, 맥주, 와인 등에 이어 새롭게 출간된 감염병 편으로, 인류사를 뒤흔든 페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등 10가지 질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 질병은 이름만 들어도 낯설지 않지만, 막상 그 역사적 영향력과 세계사적 맥락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의학적 기록이 아니라, 질병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조명하는 역사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우리가 얼마나 질병의 역사와 그 영향에 무지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생존과 싸움을 이어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패스트, 즉 흑사병의 사례는 그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질병은 중세 유럽 인구의 약 4분의 1을 사망하게 한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당시의 역병 의사들은 부리가 긴 까마귀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이는 역병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방호구였다. 책에서는 이러한 역병 의사들의 복장과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발전, 그리고 몽골 제국의 확장이 전염병의 확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말라리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모기가 주요 매개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제로 ‘학질모기’의 그림과 함께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단순히 텍스트로만 설명하는 대신, 13세기 십자군 원정 시기의 지중해 세력 지도, 20세기 초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식민 지배 지도, 그리고 유럽인들의 중남미 침략 경로 지도 등 다양한 도판을 제시해 독자들이 감염병의 역사적 흐름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설명서가 아니라, 풍부한 일러스트와 지도, 시각 자료를 통해 역사와 질병을 동시에 탐구할 수 있는 교양서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각 질병에 대한 설명 또한 매우 디테일하다. 이를테면 황열병의 경우, 그 라틴어 어원과 의미, 그리고 질병의 매개체임상 증상, 확산 경로, 지역별 감염 양상, 그리고 그로 인해 세계사에 끼친 정치·사회적 영향까지 세밀하게 다룬다. 따라서 이 책은 생물학적인 지식뿐 아니라 역사적 통찰을 함께 제공하여, 감염병이 단순한 의학적 문제가 아닌 문명사의 주요 동력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책의 저자는 세계사 서적의 전문 작가 조지무쇼, 감수는 오사카 경제법과대학교 경제학부의 와키무라 고헤이 교수가 맡았다. 특히 조지무쇼 작가는 매년 약 30권의 세계사 관련 서적을 출간할 만큼 방대한 연구와 집필 경험을 지닌 저자로,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정확하고 명료한 서술이 돋보인다.

또한 책 속에서는 단어의 어원과 언어적 유래를 다루는 부분이 많아, 단순히 역사와 과학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적 즐거움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각 질병의 명칭이 라틴어·그리스어에서 어떻게 파생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현대 언어 속에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언어와 역사, 의학의 교차점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말라리아 관련 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의 세균학 연구나 점령지 내 감염병 확산 문제 등, 전쟁사와 연관된 구체적 사례도 소개된다. 일본군의 세균 실험, 점령 과정에서의 감염병 통제 실패 등은 감염병이 단순히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국가와 전쟁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전쟁사와 과학사에 모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질병을 통해 세계사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교양서다. 패스트부터 매독까지, 인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감염병의 역사를 되짚으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생존 의지와 과학의 진보를 함께 조명한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은 단순한 의학적 서적이 아니라 역사, 생물학, 인류학, 언어학이 융합된 종합적 탐구서로서,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통찰을 준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 알고 있었던 질병들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뒤흔들었는지, 또 그것이 오늘날의 의학과 사회 구조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질병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인류사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사, 감염병, 인문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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